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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K-택소노미, 진짜 친환경?

등록 2022-07-22 19:00수정 2022-07-23 00:51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한국형 원전 에이피아르(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한국형 원전 에이피아르(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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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녹색 에너지로 분류하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1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 투자를 유인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다. 폭염, 가뭄 등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투자자들은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업종에 투자를 줄여나갈 것이다. 가뜩이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녹색분류체계로 분류되지 않은 사업은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비중 30% 유지”, “원전 수출 발판 마련” 등 원전 산업 확대를 강조했다.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유럽연합(EU) 사례를 참고해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하고, 2023년부터 본격 현장에 적용해 녹색 투자 분야 자금 유치·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행보로 볼 때 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는 일단 빠졌던 원전이 정권교체 이후 포함되는 것은 예정된 절차였다. 게다가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 법안이 지난 6일(현지시각) 유럽연합 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인수위가 “참고하겠다”던 유럽연합과 윤석열 정부의 원전에 대한 태도의 차이는 커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녹색 전환 과정에서 원전에 대한 민간 투자의 역할이 있다고 판단했고, 원전을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는 ‘과도기적’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면서 매우 엄격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가 친환경으로 인정받으려면 △2045년 이전까지 건설 허가를 받아 유럽연합 회원국 내에서 건설 △2025년부터 (안전성이 강화된)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완공해 운영하기 위한 세부 계획 보유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원전을 ‘과도기적’으로 활용한다는 언급도 없고, 유럽연합과 같은 까다로운 전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다. 한화진 장관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우리나라도 고준위 방폐장, 사고 저항성 핵연료 등을 포함할 계획이지만 국내 상황을 고려해 유럽연합보다 적용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뭉툭한 답변을 내놨을 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기후위기 대처와 관련해 녹색 전환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확실한 전제조건을 달고 원전을 과도기적으로 활용한다는 유럽연합의 인식과 달리, 한국 정부에서는 기후위기 대처와 관련한 큰 그림도, 원전에 대한 과도기적 인식도 보이지 않는다. 외려 “원전 생태계 복원과 확대”가 주된 목적인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녹색분류체계에 대해 ‘그린 워싱’(무늬만 친환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는 7월 말~8월 초에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발표하고, 9월에 확정할 계획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이 절정에 이를 시기에 발표될 초안에서,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과연 불식시킬 수 있을까?

김규남 기후변화팀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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