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3시50분 현재 천리안위성 2A호가 촬영한 제5호 태풍 ‘송다’ 영상. 국가위성센터 제공
제5호 태풍 ‘송다’와 남쪽에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의 영향으로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폭염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습도가 높아져 열대야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30일 “제5호 태풍 ‘송다’는 오후 3시 현재 중국 상하이 동쪽 약 330㎞ 인근 해상에서 중심기압 996헥토파스칼, 중심 최대풍속 초속 20m의 세력으로 발달해 시속 26㎞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송다는 중국 내륙에 자리한 건조한 기단에 밀려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서해로 이동한 뒤 낮은 온도의 해수역에 진입하는 1일 새벽에 열대저압부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와 남부에는 30일 오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제주산지에는 이미 100㎜가 넘는 강수량이 기록되고 있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 송다는 열대저압부로 약화되겠지만 많은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데다 송다 뒤를 이어 남쪽에 위치한 몬순자이어의 가장자리와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사이에 생긴 통로를 통해 열대와 적도에서 기원한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우리나라로 유입된다. 수증기가 지형적 요소와 합쳐져 구름으로 변하면서 2일까지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일까지 제주도에는 50∼150㎜의 비가 오고, 특히 산지를 중심으로 최대 300㎜ 이상의 강수량이 기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남과 경남에는 50∼100㎜의 비가 오고,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250㎜ 이상 많은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에도 30∼80㎜의 비가 쏟아지고, 특히 태풍 송다가 남긴 수증기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북부와 경기 서해안, 경북북부에는 최대 12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강원 영동의 예상강수량은 10~60㎜이다.
기상청은 제주의 경우 31일 낮에, 남부지방은 31일 새벽~1일 새벽에, 중부지방은 31일 오후~1일 아침에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는 최대 시간당 30~50㎜ 이상 강하게 오고 특히 동고서저의 기압계로 달궈진 상황이어서 강수 지속시간이 길어질 전망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비는 전국에 특보가 발표될 정도로 강해진 폭염 상황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기상청은 강원 영동과 남부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 경보와 주의보를 발표했다. 서울의 경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36.1도가 기록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대야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폭염은 햇볕에 의한 지면 가열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아 구름의 있고 없음이 중요하다. 태풍과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폭염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다. 하지만 구름이 끼면 밤에 복사냉각을 방해해 최저기온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후 기압계 상황은 태풍 송다가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를 크게 흔들어놓은 상태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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