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호 태풍 ‘송다’가 31일 밤 열대저압부로 약해지면서 남긴 수증기와 남쪽에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합쳐져 전국에 2일까지 많은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3일부터는 습해진 영향으로 열대야 중심의 폭염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31일 “제5호 태풍 ‘송다’는 오전 9시 현재 중심기압 998헥토파스칼, 중심 최대풍속 초속 17m, 강풍반경 100㎞의 세력을 유지한 채 중국 칭다오 남동쪽 약 370㎞ 인근 해상에서 시속 7㎞의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다. 태풍 송다는 서해의 저수온역을 지나면서 힘이 빠져 원통모양의 구조가 상하층이 분리되고 있어 향후 12시간 안에 열대저압부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태풍 송다가 상하층으로 분리된 뒤 상층의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고 남쪽의 몬순자이어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가 합쳐지는 통로로 열대와 적도에서 기원한 고온다습한 공기 덩어리가 잇따라 유입되고 있다. 이들 수증기의 움직임이 제주나 남해안 등 지형과 만나면서 수직방향으로 전환되면서 구름대가 발달해 전국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산지에는 이미 30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렸으며 2일까지 추가로 150㎜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31일부터 2일까지 다른 지역의 예상 강수량은 전남·경남·제주 50~100㎜, 중부·전북·경북 30∼80㎜, 강원 영동·울릉도·독도 10∼60㎜이다.
지형적 효과가 더해지는 지리산 부근은 250㎜ 이상, 남해안은 200㎜ 이상, 경북북부는 120㎜ 이상의 많은 강수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특히 경기북부는 태풍 송다가 분리된 상층 부분에 북쪽에서 건조한 공기가 뚫고 들어와 대기 불안정이 심해진 상태에서 남쪽에서 올라온 수증기와 만나는 데다 아열대고기압 경계와도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120㎜ 이상의 많은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예보분석관은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내릴 수 있어 계곡, 소하천, 유역이 좁은 한탄강 등의 범람 위험이 높아 피서객 등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31일부터 8월2일까지 강수 모식도. 기상청 제공
서울 지역 중기예보(3∼10일).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태풍이 물러간 뒤 3일부터 5일까지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서 높아진 습도에 열대야 중심의 무더위가 나타나고, 대기에 수증기가 풍부해지면서 지면이 가열되는 오후에 강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모든 기상모델들은 1∼7일까지 서울의 지상기온이 25도 이상일 것이라는 예측을 내어놓는 등 당분간 열대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상청은 덧붙였다. 열대야 현상은 전국 대부분 내륙 지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31일에도 서울 27.6도, 인천 28.5도, 청주 27.5도, 광주 25.3도, 포항 26.1도, 부산 25.8도, 대구 25.3도 등 전국 대부분 도시 지역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이광연 예보분석관은 “6일께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소 수축하면서 몽골 쪽 기원의 저기압이 한반도 북쪽을 지나 저기압에 동반된 한랭전선에 의한 비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