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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폭우, 패턴이 없어서 장마가 아니라고요? 더 무섭네요

등록 2022-08-10 14:00수정 2022-08-11 11:47

역대급 폭우 Q&A
고기압 3개와 저기압 1개 똬리에 끼인 한반도
폭염 뒤 다시 장마가 찾아온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뒤 다시 장마가 찾아온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올해 중부지방 장마가 지난 6월25일 시작해 7월26일 끝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간에 비가 온 날은 약 18일로, 강수량은 378.3㎜(중부지방 평균)였습니다. 장마는 초여름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쪽 찬 성질의 기단(공기덩어리)과 충돌하며 형성된 정체전선상에서 내리는 비라고 정의됩니다.

지난 8일 서울 동작구에는 하루 동안 381.5㎜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한 달에 걸친 장마 기간 동안 중부지방에 내린 비의 양보다 더 많은 비가 동작구에서 하루 만에 폭포처럼 쏟아진 셈이죠. 기상청은 남쪽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차고 건조한 공기 사이에 형성된 정체전선이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마’가 아니라고 합니다. 똑같은 ‘정체전선’에 의한 비인데 왜 6∼7월에는 장마라고 하고, 이번처럼 8월 초순에 온 비는 장마라고 하지 않을까요? 8일 동작구의 강수량은 서울 관측소가 생긴 1907년 이래 115년 동안 기록된 서울의 일강수량 가운데 최고치입니다. 왜 이렇게 폭포같은 비가 하루 만에 쏟아졌을까요? 전문가들의 얘기를 참고해 궁금증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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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비는 왜 ‘장마’가 아닌가요?

기상청이 2011년에 발간한 ‘장마백서’를 함께 보실까요. “장마는 우리나라의 주요 강수시기로, 동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일부이다. 여름철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은 남쪽의 온난습윤한 열대성 기단과 북쪽의 한랭습윤한 한대성 기단이 만나서 형성되는 정체전선의 영향을 받는다. 전선이 걸쳐 있는 지역에는 강한 남서풍에 따른 습윤한 공기의 유입량이 증가하고 장기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남쪽 온난습윤한 열대성 기단’은 북태평양고기압을 가리키고, ‘북쪽의 한랭습윤한 한대성 기단’은 북쪽 고기압이나 저기압을 말해요. 이번 폭우도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에서 맴도는 저기압이 만들어낸 정체전선 영향으로 내렸으니 이 개념과 딱 들어맞아요. 하지만 기상청이나 기상학자들은 장마라고 하지 않아요.

기상청의 의뢰로 장마를 연구하는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장마특이기상연구센터장)는 “정체전선에 의한 비가 모두 장마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요.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이번에 폭우를 쏟아낸 기압 배치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7월말∼8월 중순 폭염 시기에 자주 나타난다. 지난해 중순에도 비슷한 기압계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말해요.

6월 하순∼7월 하순에 내리는 비만 장마라고 하는 이유는 상당기간 유사한 기압계에서 같은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이번처럼 폭염 시기에 형성되는 정체전선은 일정한 패턴이 없기 때문에 장마라는 공식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답니다. 그러니까 ‘장마’라는 공식 용어를 붙일 수 있는지 여부의 핵심 관건은 ‘일정한 패턴’ 유무인 것이죠.

지난 8일 밤 쏟아진 폭우로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밤 쏟아진 폭우로 서울 서초구 진흥아파트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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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을장마’ 또는 ‘제2의 장마’라는 말도 있잖아요?

흔히 언론에서 8월 중하순부터 9월 초중순에 많은 비가 내리면 ‘가을장마’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요. 이 시기에 오는 비도 정체전선에 의한 비예요. 하지만 기상청이나 기상학계에서는 가을장마 또는 제2의 장마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장마가 끝난 뒤 폭염이 닥치는 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해 우리나라를 덮어버리기 때문이에요. 8월 중순 이후 만주까지 북상했던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의 찬 기단에 밀려 수축할 때 다시 한번 정체전선이 형성돼요. 이때 비가 많이 오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죠. 장은철 교수는 “구조상이나 비가 오는 상황만 보면 6월말 장마와 비슷하지만 (강수 시스템이) 같지는 않다”고 말해요.

폭염시기 정체전선을 장마라고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을에 오는 비가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또 적지 않은 경우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오는 때도 있고요. 여기서도 역시 일정한 패턴 유무가 관건이에요. 기상현상을 규정하고 연구·분석하는 이유는 예측하고 예보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인데, 해마다 반복되는 일정한 규칙을 발견하기 어려우면 장마라는 공식 명칭을 붙이기 어려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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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이렇게 많은 비가 쏟아지나요?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배치 때문이에요. 저기압은 반시계방향으로,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해요. 거대한 저기압인 태풍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오른쪽 반경이 더 위험한 것이지요.

지난 8일부터 우리나라 북쪽에는 저기압이 똬리를 틀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면서 차고 건조한 공기를 내려보내고 있어요. 남쪽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뜨겁고 습한 수증기를 계속 올려보내고 있고요. 동쪽에는 오호츠크해고기압이 떡 버티고 있어서 북쪽 저기압이 동쪽으로 오는 것을 막고 있어요. 이른바 ‘블로킹 현상’이에요.

여기에다 서쪽의 티베트고기압까지 확장해 와 북태평양고기압과 만나면서 수증기 공급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지요. 한마디로 고기압 3개와 저기압 1개의 ‘4중주’가 계속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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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 폭우의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인가요?

장은철 교수는 “지난해 8월 중순에도 올해와 비슷한 기압배치로 많은 비가 온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이런 기압계 배치가 올해만 특별하게 등장한 건 아니어요. 그럼에도 이번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진 건 ‘기후변화’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해요. 다만 기후변화와 상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일 뿐 아직 직접적인 원인이 규명된 건 아니에요.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가 증명된 건 아니라는 거죠.

장은철 교수는 “2014년부터 2018년에 장마철 강수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2020년에는 전례없이 많은 강수량이 기록됐다. 기후 패턴이 변했다는 것을 알려면 적어도 2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해요.

허창회 교수는 “기후변화로 전에 없던 특이한 기상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서울 동작구)처럼 국지적으로 극단적인 강수 현상은 기후변화로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나 생겨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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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8일 역대급이었던 서울 동작구 폭우, ‘80년 만에 최대’, ‘102년 만에 최대’, ‘115년 만에 최대’ 중 어떤 표현이 맞는 건가요?

지난 8일부터 10일 오전 9시까지 서울 동작구의 강수량은 525.0㎜가 기록됐어요. 정확하게는 동작구에 있는 기상청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관측된 값이에요. 기상청은 1973년에 전국 62개 지점에 기상관측망을 확충했어요. 기상청이 발표하는 대부분의 통계는 이들 62개 관측지점의 평균값이에요. 서울의 경우 종로구 송월동에 있는 관측소에서 관측한 것이 ‘기준값’이예요. 115년 전인 1907년 일본이 송월동에 기상청을 세웠기 때문이죠. 기상청은 1998년 동작구로 이전했지만 자료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서울의 기상 자료는 송월동에서 관측하고 있어요.

사실 동작구의 자동기상관측장비는 1994년에 설치됐으니, 8일 일강수량 381.5㎜은 관측 28년 만의 최고라고 해야 가장 정확하지요. 하지만 언론에서 이번 폭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표현하기 위해 편의상 서울(송월동)의 과거 기록과 비교한 거예요.

‘80년 만에 최대’라는 것은 지난 8일 동작구에서 밤 8시부터 한시간 동안 141.5㎜가 쏟아져, 이전 서울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 기록인 1942년 8월5일 118.6㎜를 뛰어넘어서예요. 서울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표현인 거죠. 이날 동작구의 시간당 강수량은 지난 2011년 7월 26~28일 발생한 서을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당시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1시간 최다 강수량인 113㎜보다 28.5㎜나 더 많은 양입니다.

‘102년 만에 최대’라는 것은 서울에서 지금까지 기록된 가장 많은 일강수량이 1920년 8월2일에 관측된 354.7㎜을 기준으로 한 표현이에요. 기존 서울의 가장 높은 강수량 기록을 102년 만에 갈아치웠다는 의미인 것이죠.

‘115년 만에 최대’라는 것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1907년 서울 종로구 송월동에서 서울의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라는 의미예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한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죠.

다만, 동작구의 이러한 일강수량(381.5㎜)과 시간당 최대 강수량(141.5㎜)은 공식 기록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서울 강수량의 공식 기록은 동작구가 아니라 종로구 송월동에서 측정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기상청은 지난 8일을 비공식적으로 서울에서 역대 가장 강력한 폭우가 내린 날이라고 인정했어요.

참고로 우리나라 일강수량 최고치는 태풍 ‘루사’(2002년 8월31일) 때 강원도 강릉시에서 기록된 870.5㎜이고요, 1시간 최다 강수량은 145㎜(1998년 7월31일, 전남 순천시 주암면)입니다.

폭염 뒤 다시 장마가 찾아온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 뒤 다시 장마가 찾아온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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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주로 밤에 비가 많이 와요?

지난 8일 밤 동작구에서 기록적인 1시간 강수량이 쏟아졌듯이 최근 집중호우가 주로 밤에 발생하고 있어요. 이는 하층제트 때문인데요, 하층제트는 1.5㎞ 이하의 낮은 고도에 부는 강한 바람을 말해요. 고기압 가장자리에서 공기가 남북방향으로 압축되면 마치 물줄기가 약한 호스의 중간을 눌렀을 때 물줄기가 세어지듯 하층제트가 강해져요.

송원화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하층제트는 낮 동안에는 지상의 기온이 오르며 생긴 작은 난류에 방해받아 약해지지만, 밤에 지상 기온이 낮아지고 난류가 약해지면 하층제트는 강해진다”고 설명해요. 밤사이 강해진 하층제트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더욱 강하게 유입시키면서 빗줄기가 더욱 거세지는 것이죠.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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