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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오존 구멍’ 낸 2020년 호주 산불…오존층 보호 30년 공든탑 무너질라

등록 2022-08-30 15:38수정 2022-08-30 15:46

산불 연기 에어로졸 성층권 진입
30년 만에 최고 온도 상승 유발
오존층 파괴해 지구생태계 위협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2020년 1월4일(현지시각) 소방항공기가 연기 속을 뚫고 난연제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2020년 1월4일(현지시각) 소방항공기가 연기 속을 뚫고 난연제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9∼2020년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연기가 성층권까지 치솟아 이례적인 온도 상승을 일으킨 것으로 관측됐다. 영국 연구팀은 이 연기 입자(에어로졸)가 오존층 파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30일 “2019년 말부터 2020년에 걸쳐 호주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 에어로졸이 고도 15㎞ 상공의 성층권까지 유입돼 온도 상승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관측과 모델 연구를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성층권에 진입한 에어로졸과 2020년 남극에서 최근 들어 가장 오래 지속된 오존구멍(오존홀)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38/s41598-022-15794-3)

호주에서 발생한 2019∼2020년 여름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의 2.4배인 2400만㏊ 이상을 태웠다. 33명이 직접적으로 목숨을 잃었고, 450여명이 연기 흡입 등의 영향으로 사망했다. 거대한 산불이 호주 남동부를 휩쓸고 지나간 뒤 호주 상공 성층권에서 온도가 3도까지 급상승했다. 전 지구 평균적으로도 온도가 0.7도 상승했다. 비행기가 다니는 바로 위에 위치한 성층권은 대기권 가운데 대류권 다음 층으로, 고도 12~50㎞ 상공을 가리킨다. 오존층을 포함하고 있으며, 화산 폭발이나 장기간의 대형 산불 때말고는 온도 변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이번 온도 상승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화산이 폭발한 이후 성층권에서 기록된 가장 높은 온도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경위성 ‘칼립소’(CALIPSO)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 12월31일에 16㎞의 고도에 도달한 초기 연기 기둥을 관측했고, 2020년 1월12일에도 유사한 연기 기둥을 감지했다. 연기 에어로졸은 결국 25∼35㎞의 고도까지 다다랐고 2020년 내내 발견됐다.

지난해 남극의 오존구멍(오존홀) 지도. 남반구의 오존구멍이 남극 대륙 크기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지난해 남극의 오존구멍(오존홀) 지도. 남반구의 오존구멍이 남극 대륙 크기를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성층권의 온도 상승이 대류권에 사는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오존층에 변화를 일으켜 궁극적으로 생명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대기 안으로 들어오는 자외선을 흡수해 피부암·백내장 등 위험으로부터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연구논문 제1저자인 릴리 데이마니-피어스 엑서터대 연구원은 “2020년에 성층권 온난화와 남극 대륙 대부분에서 발생한 상당한 규모의 오존구멍은 호주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 기둥을 성층권 하부까지 운반한 뇌운 곧 ‘화재 적란운’에 의해 초래됐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연기 에어로졸은 화산에서 발생하는 황산염 에어로졸보다 햇빛을 50배나 더 잘 흡수한다. 연기 에어로졸은 검은 그을음이기 때문이다. 데이마니-피어스는 “에어로졸이 성층권에 머물며 햇빛에 계속 가열되면 대기 순환이 변해 오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에어로졸 표면의 화학 반응이 오존층을 고갈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연기 기둥이 성층권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영국 지구시스템 기후모델에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0.65도 정도 온도가 증가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는 실제 이 기간 관찰된 0.7도 상승과 유사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모델에서도 확인된 성층권 온도 상승이 산불 연기 에어로졸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짐 헤이우드 엑서터대 교수(영국기상청 해들리연구소 연구원)는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이룩해온 훌륭한 성과가 지구온난화로 유발된 산불 영향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89년에 발표횐 ‘오존층 파괴물질에 관한 몬트리올의정서’에 따라 전 세계는 염화불화탄소(프레온가스) 등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을 금지해오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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