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모습. 국제에너지기구는 27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2’ 보고서에서 현재 에너지 위기가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에너지 위기가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7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2’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촉진돼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2025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에 370억t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서서히 감소해 2030년에는 320억t까지 줄어든다는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 사용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기후변화 대응을 후퇴시킨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는 그런 효과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기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더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깊고 장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구는 또한 “에너지 위기로 석탄 사용이 높아지는 것은 일시적이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 속도가 전체 발전의 증가 속도보다 충분히 빨라 전력에 대한 화석 연료의 기여도는 낮아진다. 위기가 기존 석탄화력 자산의 가동률을 일시적으로 끌어 올리지만 새로운 자산에 대한 더 높은 투자를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강화된 정책과 높은 단기 에너지 가격이 결합해 전반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기구는 “많은 정부가 이런 구조적 변화를 가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의 ‘피트 포 55’와 ‘리파워이유’(REPowerEU) 정책 패키지, 일본의 녹색전환(GX) 프로그램 등을 주목할 정책 사례로 꼽았다.
에너지기구는 이런 정책들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 발표를 근거로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가 2030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50% 많은 2조달러(283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재생에너지 투자에 힘입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80%에서 2050년 60%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과로 에너지 시장과 정책이 바뀌었고, 이 변화는 앞으로 수십년간 계속된다. 이에 대한 세계 각국 정부의 대응은 보다 깨끗하며 더 싸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을 향한 역사적이고 결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기구는 탄소 배출이 2025년에 정점을 찍어도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는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봤다. 이 기구는 전 세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규모가 현재 전망치의 두 배인 4조달러(5674조원)까지 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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