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샤니아 샤바니 라마다니(15)가 지난 11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회의장 내 아동·청소년관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탄자니아 탕가 지역은 올해 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인구의 8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는 탄자니아는 가뭄이 들면 국민 대다수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 선진국보다는 저개발국가가, 부유층보다는 빈곤층이,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 아동·청소년이 더 큰 피해를 본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여한 샤니아 샤바니 라마다니(15)는 이런 피해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개발국 탄자니아의 탕가에서 온 여성이자 청소년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한겨레>와 만난 샤니아는 “11월이면 비가 와야 하는데, 올해는 아직도 안 왔다”며 “농사가 안 되고, 물과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불빛도 없는 2~3㎞의 밤길을 아이들이 물을 길으러 오간다. 그 과정에서 뱀이나 하이에나처럼 위험한 동물을 마주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뭄이 길어질수록 학교의 빈 책상이 늘어난다. 그는 “음식과 돈이 없어 일부 가정에선 아이들을 알루미늄 광산에 보내 일하게 하고, 제 또래 여자아이들을 돈을 받고 40대와 결혼시키기도 한다”며 “친구들이 임신하고 학교에서 사라진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당사국총회를 맞아 낸 보고서에서 전세계 아동 3분의 1에 해당하는 7억7400만명이 빈곤과 기후위기에 동시에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에서 석달 만에 아동 결혼이 두배로 증가하고, 학교 중퇴가 세배로 늘어난 현상이 2022년 가뭄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
소말리아에 기록적인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 여성이 영양실조로 숨진 두 아들을 묻을 무덤을 고르고 있다. 모가디슈(소말리아)/AP 연합뉴스
샤니아 또한 이런 사실을 지난 10일 총회 공식 행사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도한 기후행동’에서 증언했다. 그는 “오랜 가뭄이 이어지면서 기아와 아동노동, 질병이 늘어나는 걸 목격했다”고 전했다.
샤니아는 지난해부터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나무를 심고 환경 문제에 대해 교육하는 ‘사우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우티는 스와힐리어로 ‘목소리’라는 뜻으로, 유럽연합이 재정을 지원하고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진행된다. 그는 “원래 학교에 나무 그늘이 없어서 밖에 잘 나가 놀지 못했다”며 “지금은 나보다 키 큰 나무가 33그루나 있어 아이들이 나가 논다”고 했다. 마을에 심은 나무에는 올해 망고와 파파야가 열려 주민들이 즐겁게 먹었다고 한다.
샤니아는 개인과 지역사회의 실천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며 각국 정상들의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선진국은 기후변화로 피해를 본 나라가 더는 영향받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이 입은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이 재원을 마련하는 문제가 올해 당사국총회에 공식 의제로 채택됐지만, 여전히 미국, 유럽연합 등은 직접 보상을 꺼리고 있어 총회 마지막 날인 18일까지 합의문이 나올지 미지수다.
샤름엘셰이크/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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