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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예측 가능한 ‘이 재난’ 피할 수 있다, 무한성장과 멀어진다면

등록 2022-11-22 14:32수정 2022-11-22 18:46

[제27차 유엔기후변화총회]
장다울의 기후정의 십계명 @COP27
③COP27이 다시 확인시켜 준 두 가지 교훈
지난 6일부터 이집트 샤름알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막을 내렸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진행되는 회의의 핵심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위원이 이번 총회 해설서의 마지막 편으로 총회 결과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썼다. 

①시나이산에서 한국 정부가 새길 세 가지

②‘숨은 화석상’ 후보 한국이 취할 세 가지 방향

③당사국총회가 다시 확인시켜 준 두 가지 교훈
지난 11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참여자들이 기후위기 취약국들의 ‘손실과 피해’ 대한 선진국들의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각) 이집트 샤름엘셰이크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참여자들이 기후위기 취약국들의 ‘손실과 피해’ 대한 선진국들의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증유의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인류의 스물일곱 번째 회의가 끝났다. 이번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크게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했다. 첫째는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로 막대한 ‘손실과 피해’를 보고 있는 기후 취약국에 역사적 배출 책임이 큰 선진국이 어떻게 보상할지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과학이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세계 각국이 수립한 목표 사이의 큰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에 관한 것이었다.

2주간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예정된 회의 기간까지 넘긴 밤샘 협상 끝에 20일 새벽(현지시각) 극적으로 당사국 합의가 이루어졌다. 오랜 기간 개도국과 글로벌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는 선진국들이 기존에 해 오던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을 지원하는 재원과 별도의 기금을 설립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내년 28차 총회(COP28)까지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변화로 인해 빈도와 강도가 늘어난 태풍,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극한 기상 현상과 평균 기온 및 해수면 상승과 같은 점진적인 변화로 야기되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측면을 다 포함하는 개념이다. 특히 피해를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복구 역량이 부족한 작은 섬나라들로 구성된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이나 최빈국그룹(LDCs)을 중심으로 개도국 그룹에서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결정문에 공식적으로 ‘손실과 피해’라는 용어가 언급된 것은 2007년 발리에서 열린 13차 총회(COP13)였고, 2013년 바르샤바에서 열린 19차 총회(COP19)에서는 손실과 피해 해결을 위한 바르샤바 국제 메커니즘(WIM)이 만들어졌다. 2015년 파리 총회(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에는 손실과 피해가 별도의 조항으로 들어갔고, 2019년 마드리드 총회(COP25)에서 이에 대한 기술지원을 담당하는 산티아고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이번 총회(COP27)에서 손실과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설립이 결정되고, 산티아고 네트워크를 지속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합의할 수 있었다.

 강력한 글로벌 기후정치 세력화 필요

이번 총회가 우리에게 준 첫 번째 교훈은 굳건한 연대를 바탕으로 한 오랜 노력이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번 손실과 피해에 대한 의미 있는 진전은 기후 취약국 정부와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커뮤니티와 시민사회의 굳건한 연대를 통해 가능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이러한 연대를 깨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며 기후정의를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손실과 피해 금융 기금 조성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및 누가 얼마만큼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또한 여전히 손실과 피해에 대한 ‘지원’이 아닌 ‘보상’이라는 성격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것도 한계다. 앞으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 그중에서도 배출을 많이 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인 기업들이 응당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굳건한 연대를 지속해 가야 한다.

두 번째 교훈은 ‘피할 수 있었던 재난’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더 강력한 글로벌 기후 정치의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잇따른 참사를 통해 우리가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피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것이다. 기후위기 역시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재난이 아니다. 오히려 명확하게 예측되는 위험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는 계속돼왔다. 이번 총회에서도 유엔사무총장은 현재 우리 상황이 “‘기후 지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까지 밟고 있는 상황”이라고 다시금 경고했다.

20일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폐막 세션에서 총회 의장인 사메흐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폐막 세션에서 총회 의장인 사메흐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이미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하여 변화된 기후 속에 살고 있으며, 그 결과 더 거세지고 잦아진 극한 기후 현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이상 우리는 100%의 확률로 더 큰 기후재난을 맞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극한 기후 현상으로 발생한 인명 및 재산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여전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며 안정적인 소득이 있으면 에어컨을 틀면서 기후위기를 견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짧은 생각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물 부족, 식량 위기, 공중 보건 위기, 빈곤 및 실업, 경제 침체, 무력 분쟁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번 총회 본회의장과 수없이 많은 부대 행사장에서 끊임없이 강조된 이야기는 “과학적 연구 결과는 명확”하고, “증거는 충분”하며, “이제는 행동할 때”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맞게 될 미래가 절망적인 재난 상황일지, 아니면 최악의 상황은 피한 어느 정도 적응 가능한 상황일지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번 총회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추가적인 진전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석탄을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이고 완전한 퇴출을 결과 문서에 담지 못했다. 화석연료 산업이 기반인 아랍국가의 반대와 600명이 넘는 화석연료기업 로비스트 등의 방해와 의장국인 이집트의 적극적인 리더십 부재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목표를 강조하는 언급이 총회 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이행계획’에 담긴 것을 성공으로 평가할 정도다. 하지만 현재 인류의 상황은 1.5도 목표를 강조한 것을 지켜낸 것에 만족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현재까지 세계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다 지킨다 해도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가 아니라 2.5도 상승하게 되는 상황이다.

 대량 생산·소비 체제 대안 만들어가야

한국 정부 대표단도 기본 입장은 모든 화석연료의 단계적이고 완전한 퇴출에 동의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실제 정책과 우리 사회의 현실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여전히 한국 정부는 1차 에너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2050년까지 0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없다. 계획이 없으니 정책도 없다. 한국은 세계 3위의 해외 화석연료 사업 투자국이기도 하다.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언급을 이번 총회 결과문에 담는 것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아랍국가와 화석연료 기업 로비스트들의 방해 공작이 한창일 때 한국 사회 언론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관련된 수십조 원의 중동 특수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었다.

이대로는 기후재난을 피할 방법은 없다. 화석연료 기업에 대항하는 세력을 국내외로 더 크게 조직해야 한다. 온실가스 다배출 대기업에 막대한 기후위기 책임에 비례하는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지금 당장 더 활발하게 시작해야 한다. 무한한 경제성장과 인류의 안전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전력 생산을 재생에너지 100%로 하고 모든 차를 100% 전기차로 바꿔도, 전체 전력 수요가 계속 늘고 2500만대가 넘는 자동차 수 규모가 줄지 않으면 기후위기 대응은 불가능하다.

기후 정치 세력화를 위해서 기후위기에 더 취약한 여성·청소년·농민·노동자와의 국내외 연대가 필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하에 이미 재난 속에 사는 국내외 취약계층에 대한 연대와 기후 정치의 세력화가 이루어질 때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체제에 맞서 우리가 원하는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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