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태풍 힌남노 통과 당시 10시간가량 정전을 겪었던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연합뉴스
국내 원자력발전소 안전의 컨트롤 타워인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지난 9월 태풍 힌남노 통과 당시 10시간가량 정전을 겪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전에 통신 장애까지 겹치면서 한수원 본사에서 전자결재와 같은 사내 업무가 중단돼 원전 안전을 위한 대응체계에 구멍이 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사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상황근무 점검 결과 및 피해접수 현황에는 한수원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기재돼 사고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일 한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힌남노가 포항·경주 지역을 강타한 지난 9월6일 오전 7시께 한수원 본사 사옥에서 정전과 이동통신 장애가 발생해 약 10시간이 지난 오후 5시10분께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전은 힌남노가 지나가면서 한국전력 전원 공급선로의 전신주를 쓰러뜨려 발생했다. 또, 본사 지하 1층 바닥 일부가 침수되고, 화재수신반 부품까지 손상되면서 2700만원의 물적 피해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정전과 통신 장애로 한수원 본사에서는 전자문서 작성과 결재, 전자메일 등을 활용한 사내 업무 전체가 중단됐다.
한수원은 자체 ‘풍수해(태풍‧호우‧폭풍해일‧대설)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 따라 풍수해가 발생했을 때는 산업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때 산업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제2차관을 반장으로 해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운영해 실시간 협조체계를 가동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한수원 본사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한 9월6일 산업부의 상황근무 점검 결과 및 피해접수 현황에는 한수원에 대해 모두 ‘이상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
정일영 의원은 “한수원 본사의 업무서비스 전체가 중단된 것은 원전 안전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한수원의 재난대응체계에 구멍이 생긴 중대 사안인데도 산업부의 피해 상황에 빠져 있었다”며 “원전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산업부가 한수원 본사 정전사태를 숨기려고 한 것인지,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은폐·축소한 것인지 잘잘못을 따져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전사태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 한수원은 “정전 이후 진행 상황을 경영진에 수시로 구두보고를 했으며, 산업부에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통해 수시로 현장 피해 상황 및 조치 현황을 공유했다”고 해명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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