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갈매기는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멸종위기 취약종(VU)으로,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평평한 땅에 둥지를 지어 개체수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국립생태원 제공
번식 중인 철새의 개체수를 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외부 침입자에 민감한 철새를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접근하면 집단으로 방어 행동을 보이거나 둥지를 떠나 날아가 버린다.
소형 무인기(드론)에서 정밀 항공사진을 찍어, 번식하고 있는 검은머리갈매기의 개체수를 세는 방법이 도입됐다.
국립생태원은 5일 “최근 드론을 이용해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검은머리갈매기(학명
Saundersilarus saundersi)의 국내 번식 개체군을 확인한 결과, 전 세계 번식 개체군 11%인 총 1456개의 번식쌍(2900여 마리)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검은머리갈매기는 갯벌이 넓은 간석지나 매립지 등에서 매년 4~6월 번식한다. 이선주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그동안 가까이 다가가면 포란(알 품기)을 포기하고 날아가곤 해서, 멀리서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로 번식 둥지를 세어야만 했다”며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평평한 땅에 포란하다 보니까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신도시 매립지 상공에서 본 검은머리갈매기 둥지들. 국립생태원 제공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립생태원과 인천대 이종구 교수팀은 소형 드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이들은 올해 5월 검은머리갈매기의 국내 핵심 번식지(153헥타르 규모)인 인천 송도신도시 매립지에서 드론을 날려 항공사진 1807장을 찍었다. 그 뒤, 사진을 분석해 종별 개체수와 포란 둥지를 확인했다.
이선주 연구원은 “미리 실험을 통해서 고도 30m 이상에서 회피하는 행동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며 “소음이 거의 없는 소형 드론으로 원활히 항공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항공사진 분석 결과, 1456개의 검은머리갈매기 번식쌍이 있었다. 전 세계 번식쌍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전 세계 2만5500마리 남은 멸종위기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의 멸종위기 취약종(VU)으로, 중국 랴오닝∙산둥 등 동북부가 주요 번식 터로, 한국에서는 서해안에서 둥지를 짓는다.
송도신도시 매립지는 공구별로 순차 개발 중이다. 검은머리갈매기는 수 년에 한 번씩 번식지를 옮기며 쫓겨 다니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하는 인천 송도 매립지는 공구별로 순차 개발이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공사가 시작되면 검은머리갈매기는 그곳에서 쫓겨나 다른 공구로 터전을 옮기는 ‘피난민’이 되어가고 있다. 이선주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만금에서 몇 개체 번식했는데 줄어드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는 송도 매립지에서 번식하는 개체가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