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에 설치돼 있는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3분기에 낸 영업손실 21조8천억원 가운데 약 17%인 3조8천억원이 산업용과 일반(상업)용 전력 소비 상위 20대 소비자에게 원가 이하로 전기를 팔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한전은 적자가 커지고 소비자는 이득이라는 점에서 “싼 전기요금은 부자 감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용도별 전력사용량 상위 20위 고객 판매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산업용과 일반(상업)용 각각 전기 사용 상위 20대 고객은 올해 1~3분기에 총 4만9639기가와트시(GWh)의 전기를 5조290억원을 내고 썼다.
같은 기간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오며 지불한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킬로와트시(㎾h)당 평균 178원, 한전이 소비자들에 팔면서 받은 판매단가는 ㎾h당 평균 116원이다. 한전이 발전연료비 급등에 따른 원가 상승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h당 62원의 손해를 보면서 전기를 공급한 것이다.
한전이 산업용·일반(상업)용 전력 소비 상위 20대 소비자들에게 전력도매가격을 반영한 요금을 받았다면 한전은 약 8조8358억원의 매출을 올렸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57% 수준인 5조290억원을 요금으로 거두면서 나머지 43%에 해당하는 약 3조8068억원은 적자로 쌓이게 됐다. 이 적자액만큼 상업·일반(상업)용 상위 20대 소비자들은 원가 대비 요금을 덜 내는 이익을 본 셈이다.
한전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국내 4개 사업장에서 산업용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한 대기업은 8월 한 달 동안 1750GWh(기가와트시)의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요금으로 2076억원을 냈다. 8월 평균 계통한계가격(SMP)을 적용하면 이 업체는 3465억원을 냈어야 한다. 결국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이 기업에 8월 한 달에만 1389억원의 보조금 혜택을 준 셈이 된다.
양이원영 의원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사실상 ‘에너지 부자 감세’”라며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초유의 한전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인 왜곡된 전력시장 구조를 바로잡아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를 수립하고, 에너지 기본권이 필요한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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