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환경단체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 긱(GEYK), 빅웨이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등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탄소의 짐, 왜 우리가 짊어져야 하나요?”
‘환경의 날’을 맞은 5일, 한 무리의 청년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CO2’(이산화탄소)라고 적힌 검정색 대형 조형물을 짊어진 채 외쳤다. 이들은 긱(GEYK)과 빅웨이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등 기후변화청년단체 소속 활동가들이다. 미래세대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정도로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있지만, ‘현실론’에 갇혀 있는 국회를 향해 실질적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의정활동에 기후위기 대응이 차지하는 중요도 설문. 그린피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날 국회 앞 퍼포먼스에 나서기 전 그린피스와 함께 ‘2023 기후위기 인식 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기후위기 대응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의원들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4월3~14일 전체 국회의원 299명에게 설문을 돌려 101명에게 답변을 받아낸 것이다.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설문에 응한 의원 10명 중 8명(80.2%)이 자신의 의정활동에 ‘기후위기 대응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다’고 답하면서도 ‘정작 뭘 했냐’는 주관식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거나, ‘앞으로 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란 태도만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김선률(25) 긱 부대표는 조사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은 ‘기후위기=인권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기후위기로부터 인권을 보호, 증진하는 것을 기본 의무로 인식하고 기후위기를 인권관점에서 접근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93.1%가 ‘동의한다’고 답한 것이다.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고른 의원은 7명이었는데, 이들은 ‘기후위기와 인권의 관련성이 적다’는 것을 이유로 선택했다.
입법부답게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 역할(복수 응답)로는 ‘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정책 및 법률 제·개정’(7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후위기 대응 예산을 위한 조정 및 배분’(57.4%),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책에 대한 감시·감독’(51.5%)도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다만 이런 인식과는 달리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21대 국회 전반기 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한 대표적 의정 활동 세 가지를 적어달라는 요구에 37명은 답변조차 하지 않았고, 29명은 ‘향후 대응 활동을 하겠다’고만 했다.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했다’는 의원은 35명, 이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기후위기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했다’는 의원은 21명이었다.
그린피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답변이 팽팽히 엇갈린 것은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201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 순배출량 40% 감축)의 적정성 여부를 묻는 항목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답변이 49.5%, ‘불충분’하다는 50.5%로 엇비슷했는데, 민주당 쪽에선 ‘불충분’(69.8%)하다는 응답이, 국민의힘 쪽에선 ‘충분하다’는 답변이 90.9%로 월등히 높았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치 40%가 문재인 정부 시절 정해진 것이란 점을 감안할 때, 정치적 이해에 따라 답변이 엇갈린 것으로 보인다.
김 부대표는 이런 결과에 “지난해 강남이 폭우에 잠기고, 5월 기온이 30도까지 치솟는 것을 목격하고도, 국회가 국제사회의 흐름은커녕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 변화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