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3회 전원개발사업 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14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와 관련해 “이번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나타난 여러 문제점과 제도적 미비점, 사업 관리 부실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하게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 공무원과 태양광 사업자 등의 유착 비리 등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전체 ‘에너지 정책’의 큰 그림 속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다시 한번 재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강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산업부 전직 과장 등과 민간업체 간 유착 비리가 발견된 것 등에 대해 “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로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산업부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전날, 문재인 정부 당시 공공·민간에서 시행한 40㎿ 규모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4건을 집중 점검해, 고등학교 동문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받는 강임준 군산시장, 퇴직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업체 관계자 등 3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 결정 라인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추가로 지시하기도 했다.
감사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는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강 차관은 이와 관련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과와 관련) 정책적으로 확정된 것을 문제 삼거나 수정하라는 것은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산과 보급이 빠르게 됨에 따라 예산, 융자, 보조금이 굉장히 늘었고 여기 편승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공모하는 등 위법,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지적한 상황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이런 사안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재생에너지 당국으로 제도가 미비하고, 사업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 이라며 “지적 사항과 확인된 건에 있어 재발방지대책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 결과가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개인의 불법·비리 문제라고 한정하면서도, 전임 정부에서 추진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재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지난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산 속도가 과속했다고 저는 보고 있다”며 “대단히 빠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견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 차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원전 이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수급 불안정, 가격 급상승이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 다시 한번 알게 됐다”며 “에너지 정책의 기본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전하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인데, 세가지를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원전만큼 중요한 에너지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정책 또한 원전과 함께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점이 발견되거나 보완할 사항 있으면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에너지단체 쪽에선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난 불법·비리 문제는 엄단해야 하겠지만, 정부의 친원전 기조 속에 비리 문제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감사원이) 1년 가까이 감사를 하고도 이제까지 알려진 것들을 재탕삼탕한 수준”이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비리를 척결해) 더 나아지면 좋겠지만 태양광·풍력을 악마화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재생에너지 사업이 갑자기 확대되다 보니, 수많은 사업 가운데서 일부 문제가 생겼다”며 “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생에너지를 총괄하는 과들이 1년 가까이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업무를 할 수 있겠느냐”며 “현 정권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방향성을 보여주면 좋겠는데 계속 정쟁으로만 가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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