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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 전도사’ 앨 고어 “재생에너지가 미래다, 확신한다”

등록 2023-06-16 05:00수정 2023-06-16 09:22

8월 ‘클라이밋 리얼리티 리더십 교육’ 내한 앞서 인터뷰
“태양광·풍력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 한국에 분발 촉구
2022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리더십 교육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사진.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제공
2022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클라이밋 리얼리티 리더십 교육에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사진.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제공

“어떤 정권이 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로 나아가는 게 미래 방향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기후변화 전도사’ 앨 고어(75) 전 미국 부통령은 15일 <한겨레>와 한 줌 인터뷰에서 “한국도 미국도 선거가 있고, 정부와 여당·야당이 바뀌게 되면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2030년 한국의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23.9%→32.4%)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축소(30.2%→21.6%)된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변이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앞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고어 전 부통령은 하원의원 시절 미 의회 최초로 기후변화에 관한 청문회를 연 인물이다. 2006년 기후위기를 고발한 <불편한 진실>을 썼고, 2007년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후변화 관련 교육과 옹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를 설립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오는 8월19~20일 서울로 와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을 위해 ‘클라이밋 리얼리티 리더십 교육’을 무료로 할 예정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미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전세계적 대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10개월 전 가장 큰 규모의 기후변화 대응 법안(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권으로 바뀌면서 ‘기후변화법’이 만들어졌고, 브라질 유권자들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내세운 룰라(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을 선출했다. 유럽연합의 경우에 러시아의 에너지 위협에 굴하지 않고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더 가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재생에너지 가운데서도 “태양광·풍력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양광·풍력(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의 비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매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 유럽에서 원자력(메가와트시당 110달러), 가스(115달러), 석탄(145달러) 발전을 제치고, 해상풍력·태양광(65달러), 육상풍력(85달러)이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원전은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꺼리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5.4%로, 전세계 평균인 1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한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탄소중립기본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제가 직접 소송에 의견을 내기는 어렵다”면서도 “이런 의견을 낸 인권위에 대해서 존중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어 전 부통령은 “화석연료 기업들이 몇 년에 걸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참가하면서 (정치적) 비중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그러다가 COP 의장역할까지 하게 된 건 안타깝다”고 밝혔다. 올해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을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석유기업(ADNOC) 대표인 아흐마드 자비르가 맡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그는 “(아흐마드 자비르는) 국영석유기업 대표이기 때문에 이해관계 상충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며 “COP28 의장이든, 석유 기업 대표든 (둘 중 하나는) 물러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이 석유기업은 앞으로 7년 동안 석유 생산을 50%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며 “자기 기업 배출은 50% 늘리면서, 전 세계 배출은 50% 줄이는 (의장) 역할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파리협정의 목표인 2050년까지 지구 온도 1.5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2035년까지는 60%를 감축해야 한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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