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자식전력량계 모습. 연합뉴스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다섯 번 연속 요금이 올랐던 데다 여름철 냉방 수요가 많은 시기에 국민 부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45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의 누적 적자 문제는 과제로 남게 됐다.
한전은 21일 “2023년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요금)는 지난 분기와 같이 1㎾h(킬로와트시)당 5원을 적용하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h당 ±5원 범위에서 정해진다. 정부와 한전은 연간 최대치인 5원을 적용 중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그대로 두고, 전력량요금을 포함한 다른 전기요금 항목 또한 조정하지 않기로 해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정부는 잇달아 전기요금을 인상한 데 대한 부담감과 여름철 냉방 수요 급증 시기 등을 고려해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차례 연속 올라 1㎾h당 총 40.4원(인상률 39.6%) 인상됐다.
또한 정부는 앞서 지난 5월15일 한전 사장 경질 등 우여곡절 끝에 2분기(4∼6월)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렸는데, 한 달 반 만에 요금을 또 올리기는 정치적 부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이에 따라 전력 구매 단가가 판매 단가보다 비싼 한전의 ‘역마진’이 축소되면서 정부 내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재의 요금 수준으로 45조에 달하는 한전의 누적 적자 해소는 가능하지 않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한전이 2분기 1조1천억원 영업손실을 내고, 하반기 3조3천억원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의 올해 1분기 적자가 6조2천억원임을 고려하면, 올해도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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