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찾아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 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 원전’(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창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넘어, 신규 원전 건설 군불 때기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신규 원전 건설 검토’ 계획을 밝히며 “최근 생활 및 산업 전반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첨단산업 분야 투자가 증가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공급 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날 열린 에너지위원회에 참석한 “민간위원 다수의 요청”이 있었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 쪽에선 이미 지난달부터 윤석열 정부가 올해 수립될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24~2038년)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담을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포함되진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가동 원전의 계속 운전 등을 통해 기저 전원으로서의 원자력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정도였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취임 1주년을 지나면서부터다. 윤 대통령은 5월10일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산업부 2차관으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원전 생태계 복원’ 띄우기에 나섰다. 강 차관은 이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등에서 산업부 공무원과 태양광 사업자 등의 유착 비리 등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했다. 대신 “원전 이용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올해 1월 확정한 제10차 전기본(2022~2036년)에서는 2036년 전원별 발전 비중을 원전 34.6%, 신재생 30.6% 등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설계수명이 다해 일시 정지한 고리 2호기 외에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24기다. 새로 준공되는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하면 2030년엔 총 28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이 확정되면, 2038년 원전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쪽에선 “전력 수급 여건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며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해보겠다는 것이지, 확정한 건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11차 전기본 자문기구인 총괄위원회에 원전 전문가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운을 떼고 나서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설계수명이 40년에 이르는 대규모 원전 건립은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정부가 전력 수요 증가의 근거로 든 반도체와 2차 전지는 모두 아르이100(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라며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할 판에, 원전을 늘리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한겨레>에 “신규 원전은 이미 몇년 전 삼척과 영덕에서 오랜 갈등 끝에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원전 건설 추진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낳을 것이 뻔하다”며 “신규 원전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 누군가에게 위험을 강요하는 방식의 에너지 발전 방식은 더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민도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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