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부터 대전시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 구내에 설치·가동중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연합뉴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여파로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구내 원자로 ‘하나로’의 설비 개선이 차질을 빚게 됐다. 하나로는 원자력연구원이 설계·건설해 199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열출력 30MW(메가와트) 규모의 연구용 원자로로, 최근 자주 정지해 인근 주민들의 불안 요소가 돼왔다.
주한규 원자력연구원 원장은 17일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제185회 원안위 회의에 출석해 “정부 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따라서 우리 연구원에 오는 출연금이 13.8% 삭감됐지만 연구원이 하나로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예산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해 (전년 수준인) 총액 83억원 규모는 대체로 유지했다. 그런데 거기에 꼭 해야 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 비용이 약 30억원 가량 들어가는 바람에 매년 하던 설비 개선 비용이 내년에는 투입되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자로의 안전성을 10년 주기로 종합 평가하는 것으로, 시한인 2025년까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년에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연구원은 지난해 하나로 운영 예산 83억원 가운데 25억원 가량을 설비 개선에 투입한 바 있는데, 주기적 안전성 평가에 따른 비용 지출로 인해 내년에는 설비 개선에 비용을 투입할 수 없게 됐다는 취지다.
주 원장은 “연구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예산이 통으로 이렇게 와 한 쪽을 늘리면 한 쪽을 줄여야 되고 우선 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그래서 우선순위를 고려하다 보니 시설 개선 예산이 예년만큼 못되게 됐다”며 “이것은 좀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로는 내진 보강을 위해 2015~2017년 장기간 정지했다가 재가동을 시작한 2018년 이후 예정에 없이 갑자기 정지되는 ‘비계획 정지’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원자력연구원이 이날 원안위에 보고한 것을 보면, 2018년 이후 모두 9차례 비계획 정지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6건은 최근 3년 사이에 집중됐다. 이 6건 가운데 4건은 모두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중성자를 냉각해 연구에 필요한 냉중성자로 만드는 냉중성자원(CNS) 설비 고장이 원인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연구원은 “냉중성자원 계통은 안전 등급이 아닌 일반등급 실험설비 계통으로, 고장이 나면 설계에 따라 원자로가 정지되지만 원자로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잦은 정지 소식은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왔다.
원자력연구원은 이와 관련 이날 원안위에 ‘하나로 운영 신뢰도 향상을 위한 근본원인 대책’을 보고했다. 연구원은 이날 보고에서 1995년 하나로 준공 이후 냉중성자원 주요 부품에 대한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잦은 비계획 정지 발생의 주 요인으로 꼽고 2025년말까지 설비를 개선하겠다는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하면서 연구원에 대한 출연금을 줄인 여파로 당장 내년 설비 개선 계획부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주 원장은 “내년은 거의 정해진 것 같은데 후년에는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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