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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화석연료 시대 종말 시작…‘1.5도 목표’ 달성 위해 수요 줄여야”

등록 2023-12-11 06:00수정 2023-12-11 08:15

인터뷰 l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탄소포집 등 석유기업 ‘현상 유지’ 방법 아냐”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국제에너지기구 제공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 국제에너지기구 제공

“최근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기가 남긴 유산은 (우리에게) 화석연료 시대의 종말이 시작됨을 알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4일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2030년 이전에 전세계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요가 모두 최고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유발한 에너지 안보 위기가 역설적으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야 할 때임을 보여줬다는 취지다.

그는 최근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화석연료 성장 시대의 종말’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매우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며 “국제에너지기구가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런 비판에 대해 “(오히려) 국제에너지기구는 에너지 안보 위험에 계속 집중하고 있으며, 신속하고 안전하며 저렴한 에너지 전환에 전념하고 있다”며 “이는 회원국이 우리에게 부여한 강력한 임무”라고 반박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1.5도 목표’에 맞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단순히 말해 ‘화석연료 배출을 줄인다’는 것은 ‘화석연료 수요를 줄인다’는 의미”라며 “그게 아니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넷제로를 달성)할 방법이 없다”고 단언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9일(현지시각) 여러명의 사람들이 ‘1.5도 목표를 위해 싸우자’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9일(현지시각) 여러명의 사람들이 ‘1.5도 목표를 위해 싸우자’고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두바이/로이터 연합뉴스

그는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화석연료 성장 시대의 종말이 (곧장) 화석연료 투자의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석유·가스 및 석탄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기업이 평판 (손상) 위험과 함께 상업적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산유국을 중심으로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전세계가 시시유에스의 대규모 배치를 통해 배출량을 감축하는 동안, 석유·가스 생산업체가 기존 방식대로 하던 일(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현상 유지를 위해) 현재부터 2050년까지 매년 평균 3조5000억달러 이상을 시시유에스에 투자해야 하는데, 최근 몇년 동안의 투자 수준과 비교하면 1000배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시유에스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과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하는 탄소포집 및 활용(CCU) 기술이 합쳐진 것이다. 대기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으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비롤 사무총장은 “시시유에스는 특정 분야(중공업, 수소 생산, 대기 중 탄소 제거)와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순 배출을 제로로 달성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라면서도 “이것이 (화석연료 기업들의) 현상 유지를 위한 방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이번 당사국총회의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5가지 핵심 요소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향상 △화석 연료 산업이 ‘파리 협정’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기로 약속하고, 이를 위해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을 75% 감축하는 것부터 시작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 대한 청정에너지 투자를 3배로 늘리기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메커니즘 구축 △감축되지 않은 석탄 화력 발전소의 신규 승인을 중단하는 등 화석연료 사용의 질서 있는 감소를 보장하는 조처 전념 등을 제시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다섯가지 핵심 요소 중 어느 하나도 다른 핵심 요소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며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력망 확충, 저 배출 연료 확대,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 등 여러 가지 수반되는 조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 속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의 원자력 산업을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 정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원전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린다는 글로벌 목표에 기여하기 위해 (한국이) 재생에너지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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