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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 온실가스 감축 ‘미적’…남 욕할 처지 아니다

등록 2007-01-02 08:18수정 2007-01-02 09:13

전문가 진단으로 구성해본 2100년 한반도의 모습
전문가 진단으로 구성해본 2100년 한반도의 모습
지구 온난화 대책 ‘수세적’…쓸만한 내용 없어
“피할수 없다면 최대한 늦춰라” 의무 애써 외면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의 사용을 줄이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대체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 이는 개인과 가정에는 생활의 불편함을, 국가적으로는 값 비싼 대체에너지 사용에 따른 경제 성장의 둔화를 각각 감수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하는 경제 성장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온전히 해당 국가에 귀속된다. 반면에 지구온난화라는 ‘비용’은 서서히 나타나고 모든 나라들이 나눠 치르게 된다. 때문에 나라마다 온실가스 감축의 ‘대의’는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이 당장 감당해야 할 ‘의무’는 최소화하려 애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4년 배출량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국내총생산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고 있으나, 절대량의 증가 속도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최대한 회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최대한 늦추는 게 국익’이라는 전제 아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논의에 참여해오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기후변화 관련 대책의 명칭에서 바로 드러난다. 1999년부터 범정부차원에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 종합대책의 명칭은 ‘기후변화 대응 종합대책’이 아니라 ‘기후변화협약 대응 종합대책’이다.

정부의 이런 수세적 태도는 종합대책의 내용으로도 이어진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를 시행연도로 잡은 정부의 ‘기후변화협약 대응 제3차 종합대책’ 어디에도 대책의 핵심이 돼야 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없다.

초겨울인 지난해 11월30일 제철을 잊고 꽃망울을 터뜨린 서울 남산 산책길의 개나리꽃에 이날 새벽 내린 눈이 묻어있다. 김정효 기자
초겨울인 지난해 11월30일 제철을 잊고 꽃망울을 터뜨린 서울 남산 산책길의 개나리꽃에 이날 새벽 내린 눈이 묻어있다. 김정효 기자
종합대책은 대신 90가지 다양한 과제를 부문별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과제들은 대부분 과거부터 이미 시행해 오던 정책이거나 정부 고유 업무 가운데 기후변화와 연결시킬 수 있는 일들을 모아 놓은 것들이다. 추진과제 가운데는 산불 예방과 진화, 산림 병해충 방제, 하수처리장과 같은 환경기초시설 확충 등이 들어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에너지·환경 정책을 재포장한 게 다수이며, 예산도 기존의 부처별 사업에 지원되던 것이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추가 노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정예모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재원 마련 방안이 미흡한 가운데 너무 다양한 과제들이 망라돼 있어 선택과 집중이 부족하고, 국가 목표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정부가 종합대책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데는, 배출량을 산정할 수단이 당장 없다는 속사정도 있다. 배출량을 산정하기 위해 필요한 각 사업장과 건물, 수송수단 등 배출원별 배출통계 시스템 구축은 일러야 2008년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시스템이 마련돼 배출량 산정이 가능하다고 바로 목표치 설정이 이뤄질까?

신부남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우리에게 감축 의무는 없지만 2008~2010년을 시행연도로 하는 제4차 정부종합대책에는 가시적인 목표치를 설정해 기업들이 미리 대비하도록 하자는 게 환경부 쪽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목표치 제시가 향후의 기후변화 대응 국제 협상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정부 안 반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교토의정서 2012년까지 효력…그 이후는?
각국 마찰로 논의 진전 못봐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배출량과 배출비중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개국 배출량과 배출비중
기후변화를 불러오는 지구온난화에 맞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으론 온난화 자체를 멈출 수 없고 진행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근거를 조사하려 구성된 ‘기후변화 정부 간 위원회’(IPCC)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도 대기 온도와 해수면 상승 등과 같은 지구온난화 현상은 짧게는 수세기에서 길게는 수천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 방을 데울 때 아궁이 속의 나무가 다 탄 뒤에도 방안의 온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처럼 지구 기후시스템에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 방법으로 온난화에 적응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기후변화 여파로 점차 대형화되는 자연재해에 대비해 각종 시설물에 대한 안전 기준을 변경하는 등 방재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여기에 포함된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돼 현재 세계 189개국이 비준한 ‘기후변화협약’은 첫번째 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들에게 201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배출량 보다 평균 5.2% 줄이도록 의무화했다.

국제사회는 현재 2012년 이후의 감축 수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여전히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데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 확대를 둘러싸고 선진국 그룹과 개발도상국 그룹의 의견이 맞서 아직까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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