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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개·고양이 선물은 그만

등록 2012-05-11 21:22수정 2012-10-17 17:03

김보경 출판인
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생명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5월은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 많은 달이다. 특히 어린이날은 부모와 ‘조카바보’인 이모, 삼촌들이 선물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여는 날. 지갑을 여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선물을 보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매년 뭐가 좋을까 머리를 싸맨다. 올해는 어떤 선물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성공하셨는지?

어린이날 무렵엔 늘 아이들이 받고 싶어 하는 선물 순위가 공개된다. 그중 매년 빠지지 않고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애완동물’이다. 반려동물이 아니라 애완동물,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장난감으로서의 애완동물이다. 최근에는 휴대폰, 게임기 등 디지털기기에 밀리고 있지만 올해도 각종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역시 선전했다. 껴안고 얼굴을 비비고 싶은 털북숭이 친구를 갖고 싶은 마음부터 동화의 주인공처럼 속 얘기 터놓을 동물 친구를 가족으로 맞고 싶은 마음까지 아이들이 동물을 선물로 받고 싶은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살아 있는 생명이 선물로 합당할까?

서양에서 아이들에게 선물이 쏟아지는 날은 크리스마스다. 그곳도 역시 애완동물은 인기 선물 품목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용 강아지를 ‘크리스마스 퍼피’라 부른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그야말로 폭탄이 떨어진다. 크리스마스 퍼피의 폭탄이! 선물을 받고 행복한 것은 잠시, 한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다가 보호소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내 주변에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었다가 버려진 개·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이 많다.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깜짝선물로 강아지를 선물했는데 여자는 싫다고 하고 남자도 키울 형편이 안 되어 버려질 처지가 된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키우는 분도 있다. 강아지 때 모습이 인형보다 예쁘기로 소문난 견종이다. 깜짝선물로 최고라고 생각했겠지만 여자가 동물을 무서워하리라고 예상을 못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가 사달라고 해서 선물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아이는 시들해지고 부모는 뒤치다꺼리에 지쳐 내쳐지는 개·고양이는 부지기수다.

영국의 브리더(개를 키우고 분양하는 일을 하는 사람)가 쓴 글에 크리스마스이브에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찾아온 가족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를 원할 경우 절대로 강아지를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화를 내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해 겨울에 찾아온 가족은 그렇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1년 중 가장 번잡하고 흥분되는 날이기 때문에 강아지를 입양하기에 좋은 때가 아니라고 알려주니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 강아지를 데리러 왔다는 것이다. 그들의 태도에서 생후 2개월도 안 되어 젖을 주던 어미, 어울려 놀던 형제들과 갑자기 떨어져 홀로 낯선 곳으로 가게 되는 작은 생명에 대한 예의가 느껴졌다.

물론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선물로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외국의 동물 전문가들은 이럴 때는 동물을 먼저 선물하지 말고 차라리 집, 식기, 개줄 등 관련 용품을 선물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선물은 반려동물을 처음 키우기 시작할 때의 부담스러운 초기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고마운 선물이기 때문이다.

개·고양이는 길면 20년을 함께 살 가족이다. 가족은 선물이 아니라 보호소, 동물단체 등을 통해 직접 운명처럼 만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니 이제는 선물 목록에서 동물은 빼자. 생명은 반품, 교환, 환불의 대상이 아니다.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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