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출판인
[토요판] 김보경의 달콤한 통역 왈왈
드라마의 주인공이 조선시대 수의사라니 흥미가 생겼다. 지금까지 매체 속 최고의 매력적인 수의사는 단연 만화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의 수의사 집단이다. 영화 <닥터 두리틀>의 동물과 대화하는 수의사도 다종다양한 인간을 비롯한 동물과 맺는 관계의 풍성함으로 따지자면 그들에게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과연 그들에게 비견할 만한 매력적인 수의사의 새로운 등장인가?
드라마 <마의>는 시작 단계라 주인공의 매력을 느낄 시간은 아직 충분하지 않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벌써 눈에 띄었다. 개, 고양이, 말 등 드라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들이 제대로 관리를 받고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한 다큐프로그램에서 메이킹 필름이 소개되었는데 새벽 2시에 연기를 하던 말에게 문제가 생겼다. 침을 맞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계속 누워 있다 보니 소화가 안돼 괴로워했다. 힘들어 일어나려는 말을 자꾸만 눕히던 제작진은 결국 잠시 촬영을 쉬기로 결정했다. 말은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을까? 말 못하는 동물을 대신해 조련사가 옆에 있었지만 과연 바쁘게 돌아가는 드라마 촬영장에서 동물 연기자를 위해 잠시 쉬자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주연배우가 현장을 이탈할 정도로 극악한 한국 드라마 촬영장에서 말이다.
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전 영화 <벤허>는 촬영 중에 말이 100마리 이상 죽었고,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였던 <플리퍼>의 주인공인 돌고래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출연한 영화,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동물 연기자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화면 속 동물들이 사람 연기자 못지않게 훌륭하게 연기를 해내고 유명세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그중 한 동물 연기자를 장기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연예인 못지않은 스케줄에 혀를 내둘렀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쫓아오고 만져대니 기피증이 생겼는지 카메라만 들이대면 고개를 돌렸다가도 조련사가 명령하면 정면을 보고 자세를 취했다.
미국의 동물단체인 미국인도주의협회(AHA)는 동물 촬영 때 동물이 다쳐서는 안 되고, 동물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단체들은 오히려 더 많은 학대가 일어나는 동물 연기자 훈련소에서의 가이드라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로 논의가 활발한데 아직 우리는 촬영장의 동물을 보호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곳이 없다. 그러는 사이 촬영장에서 동물들이 신음하고 있다.
10여년 전쯤 동물광고로 화제를 끌었던 유명 시에프(CF) 감독은 인터뷰에서 동물 모델은 광고를 위한 소품일 뿐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생선이 펄펄 뛰어야 하는데 신통치 않아 전기충격을 가한 이야기, 촬영 중에 동물이 죽은 이야기, 외국은 동물단체의 감시가 심해 한국이 촬영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늘어놓았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동물에게 촬영장은 참혹한 학대의 현장일 따름이었다. 화면 속 동물에 대한 보호를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동물실험 천국에 이어 동물촬영 천국이 될 판이다. 국격은 이런 걸 논할 때 필요한 것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마의를 거쳐 어의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단다. 50부작이라는데 주인공은 언제 어의가 되어서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줄 아는 인간 환자들을 진료하게 될까? 동물 연기자를 위해서 주인공이 어서 어의로 승진하기를 바랄 뿐이다.
김보경 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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