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700만년 전에는 판다가 고기를 먹었다고?

등록 2012-12-07 20:38수정 2012-12-08 17:44

에너지 소비가 높은 돌고래는 잡기 힘들지만 열량이 높은 먹이를 잡아먹는다. 브라이언 브랜스테터 제공
에너지 소비가 높은 돌고래는 잡기 힘들지만 열량이 높은 먹이를 잡아먹는다. 브라이언 브랜스테터 제공
[토요판/생명] 조홍섭의 자연보따리
음식은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음식은 문화이기에 양껏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짐승이나 하는 행동으로 친다. 이제 그런 선입견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동물도 사람만큼이나 음식을 가리며, 양보다 질을 따진다는 보고도 나온다.

먼저, 동물도 맛을 느끼는지 알아보자. 달콤한 과자를 주면 개는 기뻐하겠지만 고양이는 시큰둥할 것이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육식동물 가운데는 고양이처럼 단맛을 못 느끼는 것이 많다. 혀에 단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아예 없는 것이다. 수달, 바다사자, 하이에나가 그렇다.

병코돌고래는 감칠맛을 느끼는 수용체마저 없어 고기 맛을 모른다. 물고기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곰이나 개 등 잡식동물에겐 단맛 수용체가 있다.

대왕판다도 고기 맛을 모른다. 감칠맛을 느끼는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식육목 곰과에 속하는 판다는 700만년 전까지만 해도 고기를 먹었다. 200만~240만년 전쯤 판다의 식성은 잡식성에서 초식성으로 바뀌었다. 알다시피 판다는 대나무만 먹는다.

그렇다면 판다는 왜 고기나 과일보다 에너지가 적은 대나무를 먹게 됐을까. 놀랍게도 판다의 소화계는 대나무보다는 고기 식사에 적합하다. 먹은 대나무의 20%만을 소화시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때문에 판다는 온종일 제 몸무게의 6%에 해당하는 대나무를 먹고 또 먹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직 수수께끼다. 수백만년 전 무슨 이유에선가 돌연변이로 인해 판다의 식성이 바뀌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분명한 것은 맛이 동물이 먹이를 선택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란 것이다. 초식동물인 소와 말도 고기 맛인 감칠맛을 보는 유전자를 간직하고 있다.

최근 늑대거미는 영양분이 많은 먹이와 그렇지 않은 먹이를 가릴 줄 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밝혀졌다. 단백질이 풍부한 사료로 기른 초파리와 그렇지 않은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또 고래도 아무 먹이나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게 아니다. 돌고래와 밍크고래 등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높은 체질을 타고났는데, 먹이도 열량이 높은 물고기만 사냥한다. 재빨리 움직여 잡기는 힘들어도 고에너지 먹이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기후변화와 남획의 영향을 다른 고래보다 심하게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바다에는 다랑어 같은 고열량의 고급 어종이 사라지고 작고 흔한 저열량 물고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먹이가 사라지면 질은 떨어져도 대체먹이를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때에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 케냐의 푸른원숭이는 융통성 있는 잡식성 동물인데도 열매나 곤충, 어린잎 같은 주요 먹이가 떨어져 뻣뻣한 잎사귀 같은 대체먹이를 먹게 되면 암컷이 스트레스를 받아 새끼가 독립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새끼들의 터울이 길어지는 등 번식에 지장을 받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크푸드’로 인한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식품의 양에 못지않게 질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사람만 그런 건 아니다. 동물도 먹이의 양만 충분하다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잘 먹고 잘 살기’는 동물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