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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제돌이가 제주 앞바다에서 만날 친구들은?

등록 2013-03-22 17:02수정 2013-03-22 17:29

[토요판/생명] 돌고래 방사 어디까지
복순이, 춘삼이, 태산이, D-38
퍼시픽랜드 돌고래 4마리
28일 대법에서 몰수형 확정되면
건강검진 뒤 방사훈련 돌입

제주 김녕에 가두리 만들고
4~5월 제돌이도 합류 예정
6월이면 마침내 바다 품으로
문제는 먹이 등 비용부담
동물단체들이 모금운동 나서
  

“저기입니다!”

17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앞바다에서 김병엽 제주대 교수(수산공학)가 긴 곶을 가리켰다. 김녕 마을사람들이 보말(고동) 등 바릇잡이(해산물 채취)를 하는 목지코지(코지는 제주말로 곶이라는 뜻)다. 곶 양쪽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이곳에서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의 제돌이 그리고 제주 서귀포의 돌고래 공연업체인 퍼시픽랜드에 사는 남방큰돌고래들이 바다를 향해 출발한다. 제돌이와 제돌이의 친구들은 이곳에 설치될 가두리에서 차가운 바닷물에 적응한 뒤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다.

제돌이에 이어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네 마리의 야생방사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이들의 이름은 복순, 춘삼, 태산, D-38. 제돌이와 마찬가지로 2009~2010년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포획돼 3년 이상 쇼를 벌인 돌고래들이다.

퍼시픽랜드가 정치망에 걸린 이들을 불법으로 사들여 돌고래쇼에 이용한 사건(수산업법 등 위반)에 대해 이변이 없는 한 대법원은 28일 원심대로 ‘몰수형’을 선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이들을 퍼시픽랜드에서 몰수해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 인계하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이들의 야생방사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제돌이 야생방사를 추진중인 서울대공원에 이들을 건네기로 최근 결정했다. 서울시 산하 ‘제돌이 야생방류 시민위원회’(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네 마리의 건강상태를 판단해 제돌이와 함께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명범 국토해양부 해양생태과장은 “가능하다면 멸종위기종 보전 차원에서 한 마리라도 더 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김녕 앞바다는 제주도에서 남방큰돌고래가 가장 자주 출현하는 곳이다. 수심 15m 안팎으로 가두리를 설치하기에도 맞춤하다. 김병엽 교수는 “제주도를 도는 남방큰돌고래들이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곳”이라며 “목지코지에서 불과 10m 떨어져 돌고래들이 헤엄친다”고 말했다.

전시돌고래가 야생에 나가기 위해선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에서 머물면서 △차가운 수온 △산 생선 사냥법 △복잡한 바닷길 등을 익혀야 한다. 가두리는 너비 30m 깊이 10m의 원기둥 형태로 바다에 띄워진다. 인간의 접근은 차단되지만 시시티브이(CCTV)로 가두리 속의 돌고래를 관찰하도록 했다. 돌고래들은 적응을 마친 뒤 장마철인 6월 안에 가두리를 빠져나가게 된다. 김병엽 교수가 말했다.

“5월부터 최저수온이 13~14도까지 오르기 때문에 돌고래들이 크게 추위를 느끼진 않을 겁니다. 퍼시픽랜드 돌고래 네 마리가 모두 합류하더라도 면적이 크게 좁지는 않을 것 같고요. 특히 제돌이는 이미 활어 사냥법까지 익혔으므로 성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목지코지 오른쪽으로는 긴 정치망 그물이 이어져 있었다. 김 교수가 “저기에 들어온 물고기들을 돌고래들에게 먹일 것”이라며 웃었다. 간혹 이 정치망에 돌고래가 걸려들어 주민들은 골치를 앓곤 한다. 물고기를 쫓던 돌고래들이 간혹 정치망 그물까지 따라왔다가 갇히는데, 주민들은 지난해 10월에 한 차례, 11월에 세 차례 등 정치망에 걸려든 돌고래를 다시 바다로 내보내주고 있다.

김녕은 ‘돌고래 마을’이 돼가고 있다. 김녕항에는 ‘돌고래 관광’을 표방한 요트투어 업체가 운영중이고, 주민들은 ‘돌고래와 함께 살기’를 배운다.

14일 김녕어촌계 어민 22명이 모여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총회 안건은 ‘돌고래 야생방사에 따른 어장 사용 동의 건’이었다. 어민들은 이의 없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18일 한경호 어촌계장이 말했다.

“어민들 입장에서는 어장을 잠시 내줘야니까 싫어하는 측면이 있지요. 하지만 돌고래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니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해야지요.”

제주 어민들에게는 돌고래가 보이면 물고기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 돌고래를 본 물고기들이 숨어버리기 때문에 어민들은 ‘오늘 물고기 다 잡았다’며 그물을 놓는다.

반면 해녀들에겐 바닷속에서 돌고래를 마주치는 게 익숙하다. 비린내를 맡고 망사리(해산물을 담가두는 그물) 주변에서 거들먹거리거나, 테왁(망사리를 뜨게 하는 뒤웅박)을 툭툭 치기도 한다고 해녀들은 증언한다. 해녀 130여명이 소속된 김녕 어촌계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 물질을 했던 정동선(58)씨가 말했다. “곰새기(돌고래)들이 해녀 흉내를 내요. 해녀가 오리발을 흔들면 옆에 다가와 꼬리를 흔들고… 해녀들이 입은 고무옷을 보고 동료라고 생각하나봐요.”

김녕 앞바다에는 퍼시픽랜드의 돌고래들이 먼저 도착할 것 같다. 28일 대법원의 몰수형 판결이 확정되면, 네 마리에 대한 건강검진이 시행되고 이 가운데 야생생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돌고래들이 먼저 김녕으로 올라오게 된다. ‘불합격’한 돌고래들은 임시 가두리에 머물거나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서울대공원에서 적응훈련중인 제돌이가 4월말~5월초에 김녕으로 내려오게 된다. 모든 돌고래들의 야생방사 작업은 돌고래 전문가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제돌위 시민위원회가 담당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가두리를 포함한 제돌이 야생방사 비용 7억5100만원은 서울시가 부담하지만, 퍼시픽랜드 돌고래의 추가 방사비용에 대해선 국토해양부가 부담하는 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 편성이 안 돼서 힘들다. 가능한 한에서 일부 먹이비용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두리는 제돌이와 함께 쓰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먹이비용과 돌고래에게 부착할 위성위치추적장치(GPS) 등 적지 않은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모금운동 주체인 동물자유연대는 밝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돌고래를 재물이 아닌 생명체로 보고 돌려보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좀더 많은 돌고래를 편안히 돌려보내기 위해 모금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인간 입장에서는 돌고래들을 ‘고향’에 돌려보내는 것이지만, 제주 앞바다의 야생 돌고래들에게는 ‘외계인’에게 납치된 친구들이 돌아오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제돌이와 함께 고향에 돌아가는 돌고래들은 누가 될까? 복순이? 춘삼이? 태산이 아니면 이름 없는 D-38이 될까?

제주/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모금 참여 국민은행 806201-04-239702 (사)한국동물복지협회(동물자유연대), 다음 희망해 모금캠페인(http://hope.agora.med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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