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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지느러미로 걸었을까
실러캔스 7천만년의 비밀

등록 2013-04-26 20:43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 실러캔스의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영국 옥스퍼드대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 실러캔스의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토요판]조홍섭의 자연 보따리
1938년 12월22일 남아프리카 찰룸나강 하구에서 한 어선의 저인망에 괴상하게 생긴 커다란 물고기가 걸렸다. 쓰레기통에 처박힐 운명이던 이 물고기는 한때 박물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 마저리 코트니래티머라는 여성의 눈에 띄면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물고기가 됐다. 그는 스케치북에 마치 다리처럼 살집이 있는 8개의 지느러미에 크고 푸른 눈을 지닌 1.5m 크기의 이 물고기를 그려 전문가에게 보냈다. 곧 4억년 전에 나타나 중생대 말에 멸종한 물고기와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7000만년 만에 되살아난 이 고대 물고기가 바로 실러캔스이다.

실러캔스는 바다를 떠나 처음으로 땅을 네발로 딛고 공기를 호흡한 첫 육상동물의 조상으로 여겨졌고, ‘살아있는 화석’이란 별명이 붙었다.

은행, 폐어, 투구새우, 투구게 등 가까운 친척이 없거나 화석에나 나오는 오랜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생물을 흔히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들은 이 말을 쓰기를 꺼린다. 진화가 멈춘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정작 이 말을 처음 만든 이는 찰스 다윈이다. 그는 <종의 기원>에서 “담수에는… 철갑상어를 비롯해 오리너구리와 폐어 같은 특이한 생물도 산다. … 이런 특이한 형태를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이들은 한정된 공간에 서식해 경쟁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이다”라고 썼다.

최근 여러 나라의 과학자들이 실러캔스의 게놈(유전체)을 해독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 과연 이 물고기는 다른 동물보다 아주 천천히 진화해 왔음이 분명해졌다.

아프리카 실러캔스와 종은 다르지만 형태는 매우 비슷한 또다른 실러캔스가 1999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됐다. 두 종은 사람과 침팬지의 조상이 진화 계통에서 갈라진 것과 비슷한 시기인 약 600만년 전에 다른 진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실러캔스의 혹스 유전자 차이를 분석했더니 사람과 침팬지 차이보다 11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처럼 실러캔스의 유전자 변화가 적은 이유를 변화가 필요 없는 서식환경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물고기는 낮에는 수심 170m의 어두운 바다 밑 동굴 속에 쉬다가 밤에 해저 절벽을 따라 표면에 나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경쟁자가 거의 없어 변화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연구자들은 “변화가 느렸을 뿐 진화가 멈췄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는 다른 데 있다. 실러캔스와 폐어 가운데 누가 육상동물로 진화한 직계인가는 진화학계의 오랜 논란거리였는데, 이번에 폐어 쪽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폐어의 유전자는 너무나 복잡하고 수가 많아 당분간 실러캔스는 육상동물 진화를 연구하는 주역의 자리를 내놓지 않을 전망이다. 실러캔스는 혈액 공급이 잘되는 커다란 알을 뱃속에서 부화시키는 난태생이다. 이런 형질은 나중에 태반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지금은 심해 동굴에만 살아남았지만 4억년 전 실러캔스의 다른 종은 얕은 웅덩이에서 지느러미를 이용해 걸어다녔을 것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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