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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푸른바다거북아, 치료는 공짜가 아니란다

등록 2014-09-26 20:18수정 2014-09-27 16:09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전시 중이던 푸른바다거북 한 마리가 2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부두를 통해 바다로 떠났다. 동물단체들은 2년 전 구조한 거북이를 아쿠아플라넷이 너무 오래 보관하고 있다며 방류를 촉구해왔다.(위 사진) 올가을 방류 예정인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의 상괭이 바다와 동해. 아쿠아리움은 1년 반 전 두 마리를 정치망에서 구조해 치료한 뒤 전시해왔다.(맨 위 작은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부산/최우리 기자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전시 중이던 푸른바다거북 한 마리가 2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부두를 통해 바다로 떠났다. 동물단체들은 2년 전 구조한 거북이를 아쿠아플라넷이 너무 오래 보관하고 있다며 방류를 촉구해왔다.(위 사진) 올가을 방류 예정인 씨라이프 부산 아쿠아리움의 상괭이 바다와 동해. 아쿠아리움은 1년 반 전 두 마리를 정치망에서 구조해 치료한 뒤 전시해왔다.(맨 위 작은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부산/최우리 기자
[토요판] 생명 / 구조 해양동물 전시 논란
▶ 위기 상황에 놓인 해양동물은 대부분 죽습니다. 인간에게 구조되는 동물은 매우 운이 좋지요.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동물을 구조하는 자격이 있는 곳은 대부분 전문 수의사와 큰 수조를 갖춘 수족관입니다. 치료를 받고 야생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전시수조에서 갇혀 지내곤 합니다. 동물단체들은 구조·치료기관의 운영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동물 방류의 원칙을 세울 것을 요구합니다.

“잘 갔어요. 물에 닿자마자 바로 헤엄쳐 가던데요.”

25일 오전 10시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의 작은 부두, 비공개로 진행된 푸른바다거북이 방류 현장에 있던 한 전문가가 묘사한 거북이와의 이별 장면이다. 이날 인근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의 전시 수조에 있던 푸른바다거북이 한 마리가 바다로 돌아갔다. 2년 만이었다.

“방류 행사 연다”고 하자 “홍보 활용” 비판

거북이는 2년 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발견됐다. 한 어부가 조난당한 거북이를 보고 제주 한화아쿠아플라넷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연락을 했다. 해양수산부가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한 푸른바다거북으로, 영리 목적의 포획이 금지된 귀한 거북이였다. 아쿠아플라넷이 기록해둔 당시 구조 기록을 보면 거북이는 ‘목 주위에 붙어 있는 따개비가 피부를 파고들어가는 상태’였다. 등껍질이 아닌 연한 목 주위를 파고드는 따개비는 바로 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 아쿠아플라넷 수의사가 거북이의 목에서 따개비를 제거하고 상처를 치료했다.

아쿠아플라넷은 거북이를 아쿠아플라넷 안의 예비 수조로 옮겼다. 가로세로 3m의 작은 수조였다. 회복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무렵 전시 수조로 옮겨서 먹이를 먹였다. 이후 거북이는 가로 23m, 세로 8m 정도의 대형 전시 수조에서 정어리, 오징어, 상어 등 다른 생물들과 함께 살았다. 아쿠아플라넷 쪽은 “외상이 낫기 전에는 다른 생물들이 상처 부위를 쪼아댈 수 있기 때문에 전시 수조에 가선 안 된다. 거북이는 몸 상태에 따라 수의사 판단 아래 예비 수조와 전시 수조를 왔다갔다하며 지냈다”고 했다. 아쿠아플라넷은 방류를 결정할 때까지 거북이를 2년 가까이 관람객에게 전시했다.

상괭이
상괭이

동물자유연대, 핫핑크돌핀스 등 동물단체들은 거북이의 방류를 촉구해왔다. 지난 4일, 구조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쿠아플라넷이 거북이를 방류하지 않자 방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치료가 끝났으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그만 풀어주라는 요구였다.

“구조 이유가 외상이라고 보고돼 있으나 그 진위 여부에 대해서 밝혀진 바가 없으며, 설사 외상 때문에 치료가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외상의 치료에 2년이 걸린 점, 2년 기간 동안 거북이가 일반 전시장에 전시된 점으로 미뤄볼 때 전시 동물 확보를 위한 구조였음이 명백하다.”

동물단체의 항의를 받은 아쿠아플라넷은 27일 거북이 방류 행사를 연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존 비판에 거북이를 홍보에 활용한다는 비난이 더해졌다.

2년 전 조난된 푸른바다거북이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구조하고 치료하고 전시하다
서귀포 부두서 25일 비공개 방류
동물단체의 꾸준한 항의 결과

거제서 구조된 상괭이 두 마리도
현재 부산 아쿠아리움에 전시중
“일정기간 전시는 불가피” 의견
그러나 그 지위를 이용하여
전시 목적으로 동물 포획 우려

결국 아쿠아플라넷은 행사를 취소하고 이틀 앞선 25일 거북이를 조용히 바다로 돌려보냈다. 아쿠아플라넷 쪽은 “동물단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 7월부터 거북이 방류 계획을 잡고 있었다”며 “거북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목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거북이 방류 과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동물단체들의 지적대로 거북이를 오래 데리고 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온이 차가운 겨울을 피해 방류 일정을 잡다 늦어졌을 뿐이다. 수의사가 정성껏 치료해 건강히 자랐다”고 해명했다.

거북이 방류를 둘러싼 소동은 다른 아쿠아리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있는 ‘씨 라이프(Sea Life) 부산 아쿠아리움’의 상괭이 2마리도 사정이 비슷하다. ‘바다’와 ‘동해’라는 이름의 상괭이 2마리는 지난해 2월 경상남도 거제 이수도 정치망에 걸려 이곳으로 오게 됐다. 이들보다 늦게 구조돼 계속 치료 중인 ‘오월’까지 부산 아쿠아리움에 있는 상괭이는 구조돼 온 개체들이다. 바다와 동해도 제주 거북이처럼 발견 당시 갑각류가 몸을 파고들어간 상태라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큰 수조에서 전시 중이다. 아직 오월이는 120톤의 작은 수조에 격리돼 있다. 바다와 동해는 9월 말 통영 연대도에서 현장 적응 훈련을 한 뒤 10월 말쯤 방류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단체는 부산 아쿠아리움에 치료를 마친 상괭이들의 전시를 중단하고 빨리 방류할 것을 요구해왔다.

운좋게 구조되는 야생동물 중 대부분은 제주의 거북이와 부산의 상괭이처럼 ‘구조·치료·전시’(건강한 경우 방류)의 길을 걷는다. 해양수산부가 2007년 말부터 지정한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 6곳은 대부분 수족관이나 동물원이다. 그 때문에 치료받은 동물이 회복하는 동안 머무는 큰 수조가 전시 수조인 경우가 많다. 올해부터 기관마다 3000만원씩 예산이 책정됐지만, 이전까지 이들 기관은 구조 자격만 있을 뿐 지원을 받지 못했다. 기관들은 자체적인 인력과 장비, 예산으로 구조와 치료를 해왔다. 영리 목적의 수족관에서 동물 구조로 누릴 수 있는 이득은 전시 관람료뿐이다.

연구자들은 구조 동물의 전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부산 상괭이의 치료 과정을 지켜본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안용락 박사는 말했다.

“한 해에만 2000~3000마리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는다. 반드시 구조·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다시 야생에 적응할 때까지 완벽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기업이 동물을 전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교육적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동물보호단체들도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의 전문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지위를 이용해 구조 목적이 아닌 애초 전시 목적으로 동물을 포획할 가능성에 대해 지적했다. 실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불법 포획한 퍼시픽랜드도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의 이름으로 불법 포획을 해왔다. 보존의 외피를 쓰고 전시 동물을 조달하려는 수족관에 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말했다.

“의도는 없겠지만 결과적으로 수족관 입장에서 동물 구조가 곧 안정적인 동물 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별다른 지침이 없기 때문에, 수족관 쪽에서 현장에서 방류가 가능한 개체도 치료를 목적으로 장기간 데리고 있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동물의 보관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가

실제로 기관들은 구조·치료기관의 역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한화메디컬센터’를 열었고, 1년 뒤 부산 아쿠아리움도 ‘상괭이 병원’을 만들었다. 동물을 상업적으로 전시·이용하는 아쿠아리움이 야생동물을 구조·치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쿠아리움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이런 논란이 일자 해양수산부는 올해 중으로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만들 예정이다. 지침이 만들어지면 지금까지 이들 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오던 구조·치료 과정에 대한 개입이 이뤄지게 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육근형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동안 현장에서 부상당한 개체를 수조로 이송할지, 응급조치 뒤 방류할지 누군가 결정할 수 없었다. 구조·치료기관이 현장에서 동물을 발견한 뒤 해양수산부에 보고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 뒤 동물의 방류 여부를 치료기관이 아닌 외부 기술위원회를 통해 평가받도록 한다.”

논쟁 중인 부분은 역시 ‘동물의 보관 기간’이다. 해양포유류의 경우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6개월을 기준으로 방류 여부를 검토한다. 이를 근거로 정부 쪽은 1년을 검토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사계절이 뚜렷한 바다의 특성과 야생 적응 훈련 기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물단체에서는 되도록 빨리, 늦어도 구조 한 달 뒤 방류 가능 여부를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물의 상업적 이용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구조 동물의 전시 기간이 결정된다. 자유에는 공짜가 없는 걸까. 구조된 동물 입장에서는 ‘병원비’를 ‘관람료’로 대신하는 셈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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