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더워지는 지구 식혀줄 기초공사 이번엔 이뤄질까

등록 2015-11-10 20:20수정 2015-11-11 10:29

세계의 눈 쏠리는 파리기후회의
1차 세계대전의 포성이 멎은 다음해인 1919년 온 세계의 눈과 귀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한 회의에 쏠렸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대표단을 보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파리 평화회의는 일부 식민지 국가들에 독립을 안겨주고 평화적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하는 국제연맹을 탄생시켰다. 그 뒤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이달 30일 파리에서 열릴 한 회의에 다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0여개 나라 정부 대표들이 참가해 다음달 11일까지 계속할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이하 파리 기후회의)다.

190여 나라 이달 말 파리에 모여
2009년 코펜하겐회의 실패 뒤
기후체제 출범 협상 타결 재도전

미·중 등 온실가스 대국 적극 나서
합의문은 나오겠지만
문제는 구체적인 합의 수준

선진국-개도국 차별화 논란이 복병
합의문 초안 벌써 덕지덕지 수정

기여계획, 온실가스 억제 목표 미달
목표 높여갈 장치가 꼭 포함돼야

지구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난해가 차지했던 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의 기록이 올해 다시 바뀔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구 온난화 억제에 사실상 실패한 현재의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파리 기후회의에서 합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실패한 데 이은 두번째 시도다. 파리 평화회의가 지구를 전쟁의 위협에서 구할 평화 체제의 기초를 놓은 회의가 됐던 것처럼, 파리 기후회의가 지구를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구해낼 기후변화 대응 체제의 기초를 놓는 회의가 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분위기로 미뤄보면 그런 기대를 해도 좋을 법하다. 기후협상에 직간접으로 간여해온 전문가들은 파리에서 새 기후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위인 미국이 과거 어느 때보다 협상 타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런 낙관의 주요 근거다.

박천규 환경부 국제협력관은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어떤 나라든 파리회의를 결렬시켰다는 엄청난 비난을 감당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합의문은 무조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나올 합의문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상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융합연구실 부연구위원도 “각국 기후협상 대표단 사이에 2009년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의 실패를 떠올리며 이번에는 꼭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높은데다, 회의 주최국에서도 꼭 ‘파리 합의문’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합의문이 나오기는 나올 것”이라며 “문제는 합의문의 내용이 얼마나 내실 있게 채워지느냐”라고 말했다.

2013년 폴란드 바르샤바 기후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올해 말 파리 기후회의 전까지 새 기후체제에서 자신들의 기여 계획(INDC)을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이 결정에 따라 미국,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 다배출국이 모두 포함된 147개 나라가 지난달 1일까지 제출한 기여계획을 분석해 30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6%를 차지하는 이들 나라가 약속한 기여계획을 모두 이행해도 2030년 전 지구 누적 배출량은 7482억tCO₂eq(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 이를 전망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2100년까지 향후 85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를 넘지 않도록 하면서 최대한 배출할 수 있다고 제시한 이른바 탄소예산 1조tCO₂eq의 75%를 15년 만에 소진해버리는 셈이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협약 사무국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기여계획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2.7℃ 주변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나라가 자발적으로 내놓을 기여계획이 온실가스 억제 목표에 미달할 것이란 점은 예상됐던 바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각국이 제출한 기여계획들이 온난화 억제 목표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단 새로운 기후체제를 출범시킨 뒤 점차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높여가면 된다”며 “그러려면 파리회의 합의문에 각 나라의 감축 성과를 주기적으로 검토한 뒤 공개해 지속적으로 목표를 높여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꼭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안과 관련해서도 지난주 중국은 베이징에서 이뤄진 시진핑 주석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5년 주기 검토’에 동의함으로써 파리 기후회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최근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공개한 파리 기후회의 협상 합의문 초안을 보면 그럼에도 파리에서 새 기후체제 협상이 타결에 이르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대목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이 애초 A4 용지 20쪽으로 정리했던 합의문 초안은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독일 본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파리 기후회의 준비 협상을 거치면서 더 다듬어지기는커녕 54쪽으로 되레 늘어났다. 회의 참석 국가들이 제각기 낸 수정 조항들이 덕지덕지 덧붙여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2℃ 아래’로 합의된 지 오래인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상승 억제 목표에 대해서조차 ‘2℃ 아래’, ‘1.5℃ 아래’, ‘2℃ 훨씬 아래’, ‘2℃ 또는 1.5℃ 아래’, ‘1.5℃ 또는 2℃ 아래’, ‘가능한 한 2℃ 아래’ 등 6가지 방안으로 제시돼 다시 논란을 벌여야 할 판이다.

다른 기후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파리 기후회의에서도 합의를 위험에 빠뜨릴 최대 복병이 될 수 있는 쟁점으로 꼽히는 것은 기후변화협약의 원칙인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을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질 논쟁이다. 이 연구위원은 “개도국은 감축계획 제출에서부터 평가에 이르는 합의문의 모든 조항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분명히 차별화하자는 주장이고 선진국들은 그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그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이 차별화 부분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뤄진다면 합의가 뒤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1.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현장] “성착취물 떠도는 것 알고 자퇴 고민…꼭 살아 있어 달라” 2.

[현장] “성착취물 떠도는 것 알고 자퇴 고민…꼭 살아 있어 달라”

땅 꺼지고 주택도 잠겼다…폭우에 전국 900여명 대피 3.

땅 꺼지고 주택도 잠겼다…폭우에 전국 900여명 대피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4.

“윤 정권, 남은 임기 죽음처럼 길어”…원로 시국선언

극적인 날씨…오늘 낮 기온 20도, 폭염 무너뜨린 ‘추분 매직’ 5.

극적인 날씨…오늘 낮 기온 20도, 폭염 무너뜨린 ‘추분 매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