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의 제주고사리삼 서식지에 햇빛이 비치고 있다.
곶자왈은 200~600m 중산간에 위치한 원시림이다. 총면적 92.56㎢로 제주도 면적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도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숲과 덤불이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을 말한다(제주특별자치도 곶자왈 보전 및 관리 조례). ‘곶’은 ‘숲’을, ‘자왈’은 ‘덤불’을 뜻한다. 곶자왈 지대는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크고 작은 암괴들이 두껍게 쌓인 곳에 얇은 층의 토양이 쌓여 만들어졌다. 750종이 넘는 식물이 자생하며 제주고사리삼과 개가시나무, 빌레나무 등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이 지하로 유입되어 물이 부족한 제주도의 생명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푸른 숲의 모습을 보여 막대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원시림의 모습을 간직한 곶자왈. 버려진 땅은 역설적으로 생명의 텃밭과 허파가 됐다. 막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 생태계 최후의 버팀목 구실을 하고 있고, 한라산과 해안 지역의 연결생태축 구실을 하고 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막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사람이 살던 해안의 개발 여력이 없어지자 중산간 곶자왈이 막개발의 표적이 됐다. 2011년부터 2012년도까지 진행된 환경부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제주도 전체 곶자왈 면적 중에서 31.9%인 29.6㎢가 각종 개발로 사라졌다. 곶자왈 훼손의 원인은 골프장과 관광지 등 대규모 개발이 가장 크다. 도로 개발과 채석장, 공장 건설 등 산업시설도 곶자왈을 파괴하는 하나의 원인이다. 땅에서보다 하늘에서 바라본 곶자왈의 파괴는 훨씬 심각했다.
무인항공기를 띄워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살펴봤다. 선흘곶자왈 한 축을 골프장이 파고들었다. 다른 쪽에서는 거대한 채석장이 흉물스럽게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풍력발전기도 친환경 에너지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숲을 파괴하는 또다른 무기로 변했다. 이렇게 파괴된 숲은 재생할 수 없다.
제주도는 이런 막개발을 막기 위해 곶자왈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곶자왈 중 60%를 차지하는 사유지 대부분을 포함하는 국립공원이 조성되면 개방 행위가 차단돼 막개발을 차단할 수 있다.
환경단체 ‘곶자왈사람들’의 김정순 사무처장은 “곶자왈 그 자체가 하나의 환경자원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숲이다. 제주도 식수의 원천이고 곶자왈이라는 공간 자체가 다양한 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곶자왈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면서 “2014년에 제정된 곶자왈 관련 조례로는 제주도 대부분의 곶자왈 개발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제주도특별법 안에 처벌 조항과 보호지역 지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막개발로 신음하고 있는 제주도의 허파 곶자왈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주/사진·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주시 조천읍 선흘곶자왈에 초록 상처처럼 골프장 코스가 파여 있다. 주민들은 왼쪽 숲에 제주사파리월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선흘곶자왈에서 골재 채취 중인 채석장의 모습.
제주영어교육도시도 한경곶자왈을 파고든다. 그나마 환경단체들이 개발지구 안 개가시나무 군락지를 발견하면서 애초 계획 면적보다 줄어들었다.
곶자왈 지대에 처음으로 조성된 교래자연휴양림에서 한 나무의 뿌리가 바위를 움켜잡고 있다. 이처럼 토양층이 얇아 나무뿌리가 밖으로 드러난 형태를 판근이라고 한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에서 자라는 제주고사리삼.
교래자연휴양림의 바위틈으로 곶자왈 생태의 전형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양치식물과 이끼가 자라고 있다.
곶자왈의 울창한 숲 뒤로 멀리 눈 덮인 한라산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