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력발전소 중 최대 단위기 용량(1~4호기 56만㎾급)을 자랑하는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23일 오후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굴뚝 마루에서 깜빡이는 안전등이 사람의 두 눈이라면 저 모습은 흡사 가쁜 숨을 내쉬는 노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응급조처로 “6월 한달 동안 30년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곳의 가동을 멈추겠다”고 밝혔다. 1983~84년에 준공된 삼천포 1·2호기도 대상이다. 일시적인 조처라지만 사실상 지금까지 산업화를 이끌어온 핵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낮추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에너지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 바로 옆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신설 공사 현장에서는 400여명의 인력과 40여대의 포클레인이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5월10일 현재 공정률은 20.01%. 공정률 10% 미만의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대상은 아니지만, 현장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현재 상용화된 최고 수준의 환경설비를 갖췄다”며 노후 화력발전설비와 달리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막기 위해 마련한 여러 대책을 설명하는 공사 관계자의 표정에도 초조함이 내비쳤다. 석탄화력발전 업계는 에너지정책 전환의 최전선에 섰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받는 건 그들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1분기 연료비를 보면 1㎾당 석탄화력발전소는 46원이지만 액화천연가스는 107원에 이른다. 더 깨끗한 에너지를 쓰려면 당연히 그에 따라 늘어나는 부담도 감당해야 한다. 에너지정책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시민의 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싼값으로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전기를 아낌없이 내주던 화력발전소는 이제 제 역할을 다하고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헐떡이는 날숨 위로 어둠이 점점 짙게 내린다. 고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