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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웨더맨’에서 ‘웨더 마스터’가 된 평창 예보관

등록 2018-03-07 14:22수정 2018-03-07 16:04

[윤기한 기상예보관의 평창올림픽 현장 일기②]
대회초기 감독들 기상정보에 의구심
예보 적중률 높아지며 인식 달라져
포캐스터 아닌 웨더맨이라 소개하다
예보 근거로 경기 일정 조정하고
사무실 방문해 기상정보 얻어가
평창 성공에 한몫했다 자부심 느껴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기상지원단의 윤기한 예보관이 지난달 7일 현장 일기에 이어 두번째 편지를 보내왔다. 기상청은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패럴림픽대회에도 20명의 기상전문 인력과 12명의 자원봉사자 등 35명으로 구성된 지원단을 파견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현장에 기상예보관으로 파견 갔던 한 달이 일주일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는 하룻밤 일처럼 느껴진다. 정신없이 지난 시간인데도 빠른 시냇물 흐름을 이겨내는 바위처럼 몇 가지 말들이 기억의 잔상으로 남아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경기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경기 일정 등을 결정하는 ‘팀 캡틴 회의’(TCM)에서 윤기한 예보관이 기상 예보를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경기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경기 일정 등을 결정하는 ‘팀 캡틴 회의’(TCM)에서 윤기한 예보관이 기상 예보를 설명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저들의 기상예보를 믿어도 된다. 95% 이상 정확하다.”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코디네이터이자 겨울올림픽 모글과 에어리얼 콘테스트 디렉터인 조셉 피츠제럴드(이하 조)가 우리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국제스키연맹의 총괄경기 담당자와 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 올림픽방송 담당자, 크로스 스타일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총괄 국제연맹 관계자, 우리나라 올림픽조직위 담당자 등 올림픽경기 운영자 핵심멤버 긴급회의 자리였다. 비난과 칭찬은 뚜렷하게 들린다고 했던가. 조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테스트 이벤트경기부터 휴닉스파크에서 열렸던 몇 경기들을 총괄했던 담당자였다. 지난해부터 우리가 제공하는 기상정보에 대한 믿음이 매우 강했다. 슬로프 스타일 경기 결승 때 눈이 경기가 끝날 때쯤 시작해 진행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예보가 적중하면서 믿음이 확신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 확신은 이번 올림픽 때도 변치 않아 조는 날마다 오전 오후에 우리가 근무하는 기상정보센터에 들러 날씨 예보를 확인하고 설명을 듣고 갔다. 2년 동안 쌓인 신뢰가 그의 잦은 방문을 만들었다. 어느 날 경기운영자 핵심멤버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여러 날씨 정보를 놓고 토론을 벌이자 조는 “우리가 보는 기상예보가 너무 많다. 한국 기상청의 예보를 믿어도 된다.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그날 모글경기에서 예선이 끝나는 밤 9시께 눈발이 날린다는 예보는 다시 한번 적중했고 조는 “대단하다”며 우리에게 엄지척을 해보였다. 다른 이들의 눈길도 달라진 듯 느껴졌다.

웨더맨에서 웨더 엑스퍼트로, 다시 웨더 마스터로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코디네이터인 조셉 피츠제럴드(왼쪽)가 윤기한 예보관한테 기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상청 제공
국제스키연맹 프리스타일 코디네이터인 조셉 피츠제럴드(왼쪽)가 윤기한 예보관한테 기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기상청 제공
우리는 기상예보관이다. 통상 영문으로는 포캐스터(Forecaster)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올림픽 기간 초기에 우리는 웨더맨(Weather Man)이라 불렸다. 관중을 위한 날씨 예보는 방송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선수를 위한 시간별 기상예보는 회의 석상에서 직접 제공한다. 각 경기마다 공개되지 않는 팀 캡틴 회의(TCM·Team Captain Meeting)가 열린다. 각국의 참가 코치진, 국제연맹, 한국 올림픽조직위, 의료진 그리고 우리 기상지원단이 참석한다. 선수가 경기에 입게 되는 번호 달린 옷은 이 회의에서 배포된다. 실제 경기 일정과 시간, 옷차림, 경기가 끝난 뒤 카메라와 선수의 위치 등 세세한 참고사항이 통보되거나 토론을 통해 결정된다. 이때 날씨 예보를 설명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올림픽 초기에 회의 관계자들은 우리를 소개할 때 ‘웨더맨’이라고 했다. 올림픽 중반 쯤에 전문가를 뜻하는 ‘웨더 엑스퍼트’(Weather Expert)으로 바꿔 부르더니, 종국에는 길을 비켜주면서 “웨더 마스터 먼저”(Weather Master First)라며 웃었다. 조용한 강물에도 물결이 일듯이 대체로 좋은 날씨라 해도 고비는 있었고 눈과 강풍도 여러 차례 닥쳤다. 고비마다 예보를 적시적소에 제공했고 결과도 좋았다. 회의에서는 우리가 제공한 예보를 바탕으로 경기 2~3일 전부터 일정 변경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진행됐다. 실제로 여자 슬로프 스타일 스노보드는 낮부터 강풍 예보로 인해 시간 단축을 위해 예선경기가 취소되고 결선으로 26명 모두가 진출한 것으로 하고 3회 주행횟수를 2회로 줄여 진행했다. 또한 강풍 가능성으로 인해 크로스 스타일 경기는 평행대회전 경기와 날짜를 변경해 진행했다.

“당신들의 예보는 어떻게 만듭니까?”

윤기한 평창동계올림픽 기상지원단 예보관
윤기한 평창동계올림픽 기상지원단 예보관
모글 경기 팀 캡틴 회의에서 앞에 앉아 있던 호주 코치 가운데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그는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내가 보는 예보가 있는데 당신들 예보의 바람 자료가 더 잘 맞는다”고 하며 어떻게 자료를 만드느냐고 묻는 말이다. 우리 기상지원단이 생산하는 예보는 3~4년 전부터 경기장 일대에 자동기상관측기기를 설치해 수치프로그램에서 나온 값을 관측치와 비교하면서 여러 가지 가중치를 개발해 새로 계산한 값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16년과 2017년 이태에 걸친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더욱 개선된 스마트기상시스템을 개발했다. 또한 실제 관측에 맞게 기상청 예보관들이 다시 수정해 최종 자료를 제공했다. 숙성과 변화를 거쳐 가공된 품질이 우수한 기상예보가 제공될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실제 날씨의 변화를 고려한 정보였으니 우리의 자료가 더 정확하고 비교 품질에서도 당연히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각국 코치진이 때때로 우리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기상정보를 설명받고 얻어갈 때마다 기상정보센터의 역할을 제대로 해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러시아 소치나 캐나다 벤쿠버 겨울올림픽이 날씨로 파행을 겪어 평창 대회를 걱정 어린 눈으로 대했던 국제연맹과 국제올림픽위원회 관계자, 각국 감독들이 출국 전에 일부러 우리 기상정보센터를 찾아와 엄지를 치켜올리며 “날씨가 좋았다. 그러나 예보가 더 정확하고 좋았다”고 해 용기와 큰 위로를 받았다. 스포츠 관련 국제사회에서 평창 올림픽에 대한 칭찬 속에 기상예보도 한몫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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