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개인이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영국 리즈대 연구팀은 7천여건의 기존 연구 결과를 분석해 개인이 탄소 발자국(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을 남기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 10가지를 추려보니,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으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Environment Research Letters)에 게재할 논문에서 연구팀은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 연간 2.04톤CO₂eq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CO₂eq는 ‘이산화탄소 환산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을 말한다.
그렇다고 먼 거리를 걸어 출퇴근하거나 자전거로 장거리 여행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구팀이 버금으로 꼽은 방법은 전기자동차이다. 전기차를 이용할 경우 한 사람당 1.95톤CO₂eq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이밖에 한 해 한 번 장거리 비행기 안 타기(1.68톤), 재생에너지 이용하기(1.6톤), 대중교통 타기(0.98톤), 건물 리모델링(0.895톤), 채식 식단(0.8톤), 냉난방 줄이기(0.795톤), 조리기구 바꾸기(0.65톤), 재생에너지 난방(0.64톤) 등이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로 제시됐다. 조리기구 바꾸기는 개발도상국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조리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한 사람당 연간 약 9톤CO₂eq 줄일 수 있다. 이는 영국에서 한 가구가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10톤CO₂eq)과 맞먹는다. 열가지 방법만으로 가구 차원에서 ‘탄소중립’(넷 제로)을 실현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의 가구당 연간 배출량은 17톤CO₂eq이다.
파리시민들이 자전거로 출근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논문 주저자인 리즈대 지구환경학부의 다이애나 이바노바 연구원은 <비비시>(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다소 과감하다 싶을 정도의 변화도 감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는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 이용이나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이 쉬워지면 차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도 우선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재활용같은 활동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붕 녹화, 종이 소비 줄이기, 내구성 제품 구입하기, 자동온도조절장치 끄기, 재활용 등은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큰 이득이 없다고 밝혔다. 재활용으로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을 0.01톤CO₂eq밖에 줄이지 못한다.
하지만 영국 기후변화공동체(Green Alliance)의 리비 피크는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막는다는 측면에서 탄소 발생을 감축하기 때문에 (탄소 발자국이 작다고 해서) 재활용과 같은 좋은 습관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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