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ㅣ 선임기자
지난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 집중호우가 부른 태양광 발전시설의 산사태 피해가 논란이 됐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태양광 발전 확대의 부작용에 대한 언론의 지적에 여러 차례 보도설명자료를 내어 자세하게 설명하고,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천안의 한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 현장까지 찾아가 복구 진행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산업부는 이때 피해를 본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22곳의 설비용량이 약 18㎿라고 밝혔다. 지난 3일 태풍 마이삭 통과 때 가장 먼저 정지한 신고리 1호기 설비용량 1000㎿의 1.8%다.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은 이달 초 동남부 원전 밀집 지역을 지나가면서 원전 6기를 멈춰 세웠고, 아직도 정지된 채로 있다. 강풍으로 날아온 염분이 전력설비에 유입된 데 따른 고장 탓이었다는 것이 한국수력원자력의 자체 조사 결과였다. 기후변화로 더욱 강해지고 잦아질 극한 기상에 대한 원전의 취약성을 드러낸 대목이었다. 당시 전력망이 큰 충격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원전 정지가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에 시간차를 두고 이뤄진 우연 때문이라는 것이 전력계통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만약 몇개라도 동시에 정지했다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를 정부 탈원전 정책을 공격하는 호재로 활용했던 보수 야당이 원전 집단 정지에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집중호우에 의한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 때에 비춰 너무도 대조적인 전력 수급 주무부처의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다. 산업부는 국내에서 운영 중인 원전의 4분의 1이 전력 공급망에서 이탈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게 된 상황임에도 지금까지 설명자료 한장 내지 않았다. 장관이 현장을 찾아갔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응을 묻는 기자에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합동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언론에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알린 건 원안위뿐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고가 오히려 원전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다. 태풍 때 원전이 자동 정지한 것이 원전의 안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논리를 원전산업계 쪽에서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번 원전 집단 정지가 원전의 취약성을 드러내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킬 기회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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