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납건물 콘크리트벽에서 모두 300개가 넘는 공극이 발견된 전남 영광 한빛원전 전경. 연합뉴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의 격납건물 내부 철판(CLP) 뒤 콘크리트 벽에서 1년 사이 공극(빈 공간) 37개가 추가 발견됐다. 이로써 2017년 이후 원전 격납건물에서 발견된 공극은 모두 332개로 늘어났다. 이런 공극은 두께 6㎜에 불과한 격납건물의 내부 철판을 부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원자로에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나는 것을 막는 격납건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상희 의원은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동원전 24기 중 58%인 14기 원전에서 지금껏 332개의 공극이 발생했다”며 “원전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공극이 발견되며서 원전 안전관리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당시까지 발견된 공극 횟수가 295개라고 밝혔던 것과 견줘보면 1년 새 37개의 공극이 더 발견된 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공극 332개의 원전별 발생 현황을 보면 한빛원전 4호기에서 발견된 것이 140개로 가장 많다. 한빛 원전에서는 이밖에 3호기 124개, 2호기 21개, 1호기 14개, 한빛 5호기와 6호기 각 1개씩 등 모두 301개의 공극이 발견됐다. 나머지는 고리 3·4호기에서 18개, 신고리 3호기에서 2개, 한울 2·3·5·6호기에서 8개가 발견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공극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지난해 한빛 4호기 주증기배관 관통부 바로 아래 벽에서 발견된 것으로 폭 331.3㎝·높이 38~97㎝·깊이 4.5~157㎝·체적 약 0.65㎥에 이른다. 이 공극은 최대 깊이가 약 10㎝만 더 컸더라면 167.6㎝의 벽을 관통할 수도 있을 수준이었다.
원안위가 지금까지 진행한 조사 결과, 격납건물 벽에 공극이 발생한 것은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다짐 작업을 충분히 하지 않은 탓으로 분석됐다. 가장 구조적 안전성을 중시해야 할 원전 격납건물 곳곳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부실 시공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한수원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공극보수 원전별 추정 비용 자료를 보면 내부철판(CLP) 점검과 보수, 콘크리트 보수 등에 최소 1957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김 의원은 “원자로 격납건물 벽의 공극은 원전의 구조적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2017년 5월 처음 공극이 발견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공사의 대책 마련 속도가 대단히 더디다”며 “한빛3‧4호기를 시공한 현대건설 등 관련사는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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