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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문 대통령 “2050년 탄소중립 선언…석탄발전, 재생에너지로 대체”

등록 2020-10-28 10:26수정 2022-01-03 13:41

국회 시정연설…툰베리 “행동하라”는 호소에 문대통령 응답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같은 선언을 한 세계 수십개 국가와 기후위기 문제 대응 인식을 같이 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오전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라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상쇄돼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로 일명 넷제로, 배출제로라 불린다. 문 대통령이 이 문장을 읽자 국회 안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세계적으로 ‘탄소제로’를 추구하는 국제동맹에 120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기후정상회의에서 세계 65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지금까지 70여개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중국과 일본도 지난달 23일과 이달 26일 탄소중립을 선언했다.다만 유엔에 감축 계획서를 제출한 17개 국가 중 유럽연합, 핀란드,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 국가만이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린뉴딜에 8조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그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기후위기 문제에 대응하고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국형 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전기·수소차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석탄 발전 퇴출을 분명히 하지 않아 환경단체로부터 ‘무니만 그린뉴딜’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이다. 지난 16일 <한겨레>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이다. 지난 16일 <한겨레>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어 문 대통령은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4천억 원을 투자한다. 전기·수소차 보급도 11만6천대로 확대하며, 충전소 건설과 급속 충전기 증설 등에 4조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마트 산단을 저탄소·그린 산단으로 조성하고,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2050년 탄소제로’ 선언은 최근 그레타 툰베리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기후위기 문제에 행동으로 나서달라며 호소한 것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툰베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해준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증명해달라. 행동이 말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탄소중립 선언의 의미와 과제’ 해설 기사 바로가기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툰베리 “기후위기 행동으로 보여달라” 문 대통령에 호소

“문재인 대통령이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해준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행동으로) 증명해달라. 행동이 말보다 훨씬 의미 있다.”

‘기후위기 운동의 얼굴’이자 ‘미래 세대의 대변인’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그는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소극적인 각국 지도자들을 통렬하게 꾸짖어온 10대 환경운동가가 한국의 지도자에게 보낸 첫 메시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스웨덴 총리 방한 당시, 툰베리가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이 된 것을 축하하며, “세계 최초의 화석연료 없는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스웨덴의 노력이 세계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이어 툰베리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린’(이라는 단어)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그린뉴딜’로 그리고 있는 장밋빛 미래를 비판적 시각에서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툰베리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툰베리는 신종 감염병에 태풍·산불 등 이상기후까지 겹친 올해가 그야말로 “위기의 해”로 여겨진다고 했다. 지난해 전세계를 돌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연설과 시위에 앞장서온 그는 “아직도 (많은 지도자들이)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전력이 베트남 석탄발전에 투자한 사실에 대해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세계를 이끄는) 리더로 불리는 나라들도 경우에 따라 ‘악당’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작 (경제를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을 거의 다 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음달 3일 치러지는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툰베리는 “(일국의) 정치를 넘어선 사안”이라며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새 대통령은) 과학을 근거로 기후변화를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미국은 곧바로 세계 197개국이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공식 탈퇴하게 된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1인시위를 시작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그의 시위는 각국으로 확산됐고 현재는 한국을 포함한 133개국 160만명이 동참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여러분이 우리를 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국 정상들을 쏘아보던 그의 눈빛과 말투는 기후위기 문제를 단숨에 전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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