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 정부가 올해 유엔에 제출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상향 조정에 대한 기대도 덧붙였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각) “2050년까지 한국의 탄소중립을 약속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에 매우 고무됐다”며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는 지난 7월 발표된 한국의 모범적인 ‘그린뉴딜’ 정책 이후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매우 긍정적인 조처다. 이번 발표로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경제국이자 6번째 수출대국인 한국은 2050년까지 지속가능하고 탄소중립적이며 기후가 회복되는 세계를 만드는 데 솔선수범하는 주요 경제국 그룹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8일(한국시각) 예산안 제출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밝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조처들이 제안되고 이행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이 개정된 2030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6차 당사국총회(COP26)에 제때 제출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라 한국은 올해 안으로 △2030년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NDC) △2050년 온실가스 감축계획(LEDS·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유엔에 제출할 2030년 목표를 박근혜 정부 때 정한 수준에 묶어두기로 해 환경단체로부터 목표치 상향 요구를 받아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도 한국 정부의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정작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야 할 국내 산업계는 잠잠한 편이다. 3대 경제단체 중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 대상 기업(119개) 중 72.9%가 탄소중립을 추진할 경우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 부담 증가’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미리 준비된 설문조사 결과를 때맞춰 내놓았을 뿐이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8~2020년 배출권 거래제에 의무 참여한 589개 업체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70.2%에 이른다. 산업계가 행동하지 않고는 2050년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산업계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할당량 축소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들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요구될 변화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탄소중립 선언에 반발하고 나서는 것보다 더 문제일 수 있다. 사업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결정하는 데 탄소중립이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가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 달 뒤부터 적용될 제3차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권 할당량을 줄이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쪽은 당장 할당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탄소세를 비롯한 다른 감축 수단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환경단체 등에서 나온다.
최우리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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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