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콜로직 브랜드’(Ecologic Brands)의 에코보틀. 에콜로직 브랜드 제공
국내 음료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등에서 최근 대거 상표띠를 제거한 ‘라벨 프리’ 음료병을 출시했다. 분리배출로 골머리를 앓던 소비자들은 환영하지만, 동시에 상표띠 제거를 넘어 플라스틱 용기 이용을 최소화하는 ‘플라스틱 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지난달 28일 코카콜라사는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상표띠를 제거한 ‘씨그램 라벨프리’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같은달 롯데마트는 상표띠가 없는 자체상품 생수를 출시한다고 밝혔고, 편의점 씨유(CU)도 자체상품 생수를 이달부터 상표띠가 없는 상품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재활용률을 떨어뜨리는 상표띠가 제거되자 소비자들과 전문가들 대체로 반겼지만, 한편에서는 종이 등 대체재를 찾아서 플라스틱 용기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국내 음료기업들은 종이 등의 대체재를 상용화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입장이다. 제품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플라스틱만큼 견고하게 내부의 내용물을 보호해주지 못해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종이는 외부 충격이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 취약해 내용물 손상이나 변질 우려가 있다. 종이 대신 바이오 플라스틱 등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지에프(BGF)리테일 관계자도 “상품 파손 문제와 보관상의 안정성을 고려할 때 종이 소재는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에코보틀의 구조. 종이 몸체 안에 얇은 플라스틱 주머니가 들어있다. 에콜로직 브랜드 누리집 갈무리
다양한 형태의 에코보틀. 에콜로직 브랜드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이러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의 친환경 기업 ‘에콜로직 브랜드’(Ecologic Brands)가 한 예다. 포장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이 기업은 종이를 주 소재로 삼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한 ‘에코보틀’(eco-bottle)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단단한 종이 외벽에 플라스틱 라이너(주머니)와 뚜껑을 덧댄 형태다. 에콜로직 브랜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분리가 가능한 종이 외벽과 플라스틱을 써서 재활용을 용이하게 만들었고 플라스틱 사용률은 70%까지 줄였다. 최대 80%까지 경량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광범위한 실험을 거쳐 변질 우려를 줄였다. 물에서도 최대 6시간 동안 잠겨있는 게 가능하고 1시간의 건조 주기가 있는 한, 몇 개월 동안 병 모양과 색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소재를 함께 쓰고 기존과 다른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만큼 플라스틱병보다 비용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에코 병이 플라스틱병보다는 비싼 것은 맞지만, 최근 많은 기업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 목표를 설정해 제품과 포장, 공급망을 변화시킨다”라며 “모든 이들이 종이 포장재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물 소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회용 용기에 든 생수 대신 수돗물 정수 체계 정비와 인식 개선이 환경에 더 이롭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연간 생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1700만배럴 이상의 기름으로 플라스틱 물병을 생산해야 하며, 생수 제품의 전 생애 주기가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다는 하버드대 지속가능사무소의 지적도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이와 관련해 “플라스틱의 두께를 줄이거나 상표띠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사용량이 줄지 않는 한 궁극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또 생수가 수돗물보다 얼마나 깨끗하고 안전한지도 살펴볼 문제다. 물을 정수해서 먹거나 끓여먹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플라스틱병 사용이 우선돼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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