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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 순간] 고장난 시계처럼…벌써 꽃망울 터뜨린 생강나무

등록 2021-03-19 06:59수정 2021-12-30 14:42

제주 애월곶자왈 생강나무 꽃, 개화 9년새 21일 당겨져
지난 10년 봄철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0.25℃ 상승
우리나라 산림의 ‘생태 시계’ 점점 빨라지고 있어
제주 애월곶자왈의 생강나무 꽃.
제주 애월곶자왈의 생강나무 꽃.

2012년 3월25일 / 2021년 3월4일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2012년부터 관측해 기록하고 있는 제주 애월 곶자왈숲 생강나무가 그해 처음 꽃을 피운 시점이다. 올해는 9년 전에 비해 21일이나 빨라졌다. 진달래는 2009년에 비해 최대 16일(연평균 1.4일) 일찍 봄을 맞았다.

한라수목원 등 10개 국공립수목원은 2009년부터 매년 강원 백운산, 경기 소리봉·수리산·축령산·용문산, 충북 속리산, 충남 계룡산, 경북 주왕산, 경남 지리산·금원산, 전남 월출산, 제주 한라산 1100도로 등 전국 산림 18곳에서 표본으로 정한 생강나무와 진달래를 대상으로 개화 시기에 대한 관측과 예측을 하고 있다. 온도, 고도, 강수량, 전년도 단풍 시기 등이 개화 시기를 예측하는 데 반영된다.

제주 애월곶자왈의 생강나무 꽃
제주 애월곶자왈의 생강나무 꽃

생강나무와 진달래의 개화 시기가 당겨진 이유로 국립수목원은 봄철 평균온도와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봄철(3~5월)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0.25℃ 상승했다. 우리나라 산림의 ‘생태 시계’가 점점 빨라진 셈이다.

손성원 국립수목원 박사는 “10년 동안 확인된 봄꽃 개화 시기로 기후변화를 판단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한반도의 기온 상승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도 “개화 시기의 변화는 기후변화에 의해 식물의 생태가 변화하는 것을 넘어 식물들이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시기도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국 산림에 대한 기초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지적했다. 탄소중립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개념이다.

제주 애월곶자왈의 생강나무 꽃
제주 애월곶자왈의 생강나무 꽃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을 담아 2016년 발효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했다. 최근 영국, 유럽연합, 일본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고장난 시계처럼 해마다 빠르게 꽃을 피우는 저 생강나무는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지구온난화의 현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듯하다. 지구가 보내오는 경고에 오늘 우리는 어떻게 답할 것인가.

제주/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21년 3월 19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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