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원자력발전소 17곳의 안전등급 밸브 170대가 원전 설비에 요구되는 재료·설계·시험 등의 요건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38대는 문제가 생기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등의 심각한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는 안전1등급 설비로 확인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안전관련설비 불일치 확대 점검 결과를 보고했다. 한수원은 2018년 12월 제94회 원안위에 보고한 ‘안전등급 밸브의 모의후열처리 부적합 등 재발방지대책’에 따라 전체 원전의 안전1등급 밸브 3846대 전량과, 안전2~3등급 밸브 7만6422대 중 1만5619대를 대상으로 표본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한울 1~6호기와 한빛 1~4호기, 고리 2~4호기, 월성 2~4호기 등 17개 원전 설계 및 구매문서에 기술된 품질·재료, 시험, 유지 등의 요건과 일치하지 않는 안전등급 밸브가 설치된 사실을 9일 확인했다. 특히 안전1등급 밸브 전량인 3846대 중 38대가 기술된 요건과 불일치했다.
17개 원전에서 확인된 불일치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재료의 시험성적서조차 보유하지 않은 밸브가 45대로 가장 많았다. 한울 1~3호기와 한빛 3·4호기, 고리 4호기 등 6개 원전에서는 품질보증서류조차 없는 밸브도 18대나 확인됐다. 한울 3·4호기와 한빛 3·4호기 등 4개 원전에서는 볼트에 허용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한 밸브도 20대나 발견됐다.
한수원은 이처럼 안전등급 요건에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 밸브 170대 가운데 139개에 대해 시험·검사를 다시 해 관련 서류를 발행하거나 적합한 부품으로 교체했다. 나머지 31대에 대해서는 연료재장전 시기에 맞춰 올해 12월까지 후속조처를 완료하겠다고 보고했다.
한수원은 또 8개 원전에서는 내진 및 내환경 검증 관련 안전등급 기기의 허가 내용과 현장 설치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39개 항목을 찾아내 기기 교체 등의 후속 조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요건에 맞지 않는 밸브가 다수 발견된 것에 대해 “설계·구매에서 건설·운영까지의 단계별 과정에서 일치 여부에 대한 검토 및 확인 절차가 정교하지 못했던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재발방지대책의 철저한 이행과 주기적 확인을 통해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보고했다.
원자력 실무 전문가 단체인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원전에서 원자로 압력용기나 주배관 등에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밸브를 사용했다가 고장이 나거나 파손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원전의 설비·부품에 대한 제3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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