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가치를 옹호하며 ‘코인 광풍’을 일으켰던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뒤늦게 “화석연료 사용 급증이 우려된다”며 “비트코인을 사용한 테슬라 차량 구매 허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력소비가 기후위기를 앞당긴다는 지적은 이미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12일(현지시각)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이용한 차량 구매를 중단했다”며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과정에서 특히 화석연료 사용이 급격히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특히 머스크는 “석탄은 어떤 화석 연료 중에서도 최악의 (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머스크는 “채굴이 보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되는 즉시 (비트코인을) 거래에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비트코인과 도지코인 등 가상화폐의 가치를 옹호하며 세계적인 코인 광풍을 촉발한 인물이다. 그런 머스크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했다. <코인데스크 코리아>에 따르면, 12일 밤 12시 5만6000달러가량(코인데스크 BPI 기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일론 머스크가 트윗을 올린 직후 5만200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13일 오전 9시 기준 4만7000달러 수준을 오갔다.
머스크가 지적한 비트코인의 환경 영향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앞서 지난 3월9일 빌 게이츠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인류에게 알려진 다른 어떤 방법보다 거래 당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 기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2018년 “비트코인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해 수십년 내에 지구 온도가 2도 오를 수 있다”는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 분석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리기도 했다.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해야 하는 비트코인의 특징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복잡한 암호코드를 풀어 ‘채굴’하고,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개인 간 네트워크에 기초해 거래하며, 모든 거래를 ‘공공’ 장부에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컴퓨터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크다.
가상화폐 사이트 디지코노미스트(Digiconomist)의 에너지 소비 지수 추정치를 보면, 이달 기준 비트코인이 소비하는 전기 에너지는 연간 81.41TWh(시간당 테라와트)로 칠레 전역에서 사용하는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탄소발자국 역시 연간 38.67Mt(메가톤)으로 아일랜드 전체 인구가 만들어내는 탄소발자국과 비슷하다고 한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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