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샥스핀 요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신세계그룹 호텔 체인 ‘조선호텔앤리조트’가 25일 새로 개장한 서울 강남 역삼동의 최상급 호텔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직영 중식당에서 상어지느러미로 만드는 샥스핀을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샥스핀은 잔인한 어획 방식 때문에 중국 정부도 공식 퇴출 대상으로 꼽은 요리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6일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인스타그램에 조선팰리스 중식당 ‘더 그레이트 홍연’을 태그한 뒤 음식 관련 사진과 영상 9개를 올렸다.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수만 64만9천명이다. 정 부회장 본인과 가족의 일상 사진·영상을 자주 올리지만, 팔로워 수가 많아 효과적인 그룹 홍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게시물도 호텔 개장 소식과 함께 전해져 하루 만에 ‘좋아요’ 1만3998개(27일 오후 4시50분 현재)를 받았다.
샥스핀은 상어 등이나 가슴 지느러미로 만들어진다. 상어 몸통은 상업적으로 이용 가치가 적다. 살아있는 상어에서 지느러미만 잘라낸 뒤 그대로 바다에 버린다. 이렇게 버려진 연간 1억마리 이상의 상어가 헤엄을 칠 수 없어 숨도 쉬지 못하고 죽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SG 랜더스와 부산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잔인한 어획 방식때문에 국제사회는 꾸준히 샥스핀을 식탁에서 퇴출해왔다. 미국 캘리포니아·하와이·워싱턴·뉴욕 등 10여개 주에서는 상어 지느러미 유통·판매를 완전히 금지했다. 2019년 6월 G20 국가 중 최초로 캐나다가 샥스핀 수출입을 금지했다. 샥스핀 요리 ‘종주국’인 중국도 2014년 당·정 연회에서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를 퇴출하는 내용이 담긴 관리 규정을 발표했다. 다국적 호텔 체인 페닌슐라호텔, 하얏트 계열 호텔은 2011~12년 일찌감치 샥스핀 메뉴를 없앴다.
한국에서도 2016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청와대서 오찬을 하며 샥스핀찜 등을 먹어 사회적 공분을 샀다. 환경운동연합은 2016년부터 해마다 호텔 상어지느러미 요리 판매 금지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2016년 샥스핀을 파는 특급호텔은 12곳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선 7개 호텔로 줄었다.
‘더 그레이트 홍연’은 홈페이지에 “품격이 느껴지는 호사로운 공간에서 진귀한 재료의 광동식 중화요리를 즐겨보세요”라고 소개하고 있다. 27일 신세계그룹 쪽은 <한겨레>에 “조선팰리스 중식당에서 판매하는 메뉴가 맞다. 정 부회장이 직접 찍은 사진이 맞지만, 식사를 직접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팰리스 쪽은 “정 부회장에게 호텔 메뉴를 SNS에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호텔 쪽은 샥스핀 요리가 단품이 아닌 코스 요리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갈무리
환경운동연합은 “샥스핀 요리는 더 이상 부의 상징이 아닌 야만의 상징이다.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시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조선팰리스 호텔 중식당의 샥스핀 판매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선팰리스 쪽은 “샥스핀은 중식의 3대 진미로 진귀한 재료로 취급 받는다. 다른 호텔 고급 중식당에서도 메뉴로 구성하고 있다. (동물학대 등) 지적하는 내용에 공감을 했고 대체메뉴를 찾고 있으며 메뉴가 개발되면 대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