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한주희씨가 초콜릿을 입히기 전 프레첼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자폐 장애인 이재진(32)씨가 한창 ‘우분투’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 10일 추운 바깥 날씨와 달리 서울 송파구 마천동 동안제일복지센터(이하 센터)의 ‘우분투’ 초콜릿 제작장은 장인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자폐장애인 이재진씨가 초콜릿을 대리석 판에 부은 뒤 온도계로 온도를 확인하며 뒤집개로 펴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50℃로 녹인 초콜릿을 대리석 판에 부은 이씨는 온도계로 31℃를 꼼꼼히 확인하며 뒤집개로 골고루 펴주고 있었다. 재진씨가 하는 템퍼링(온도 조절을 통해 광택이 나는 부드러운 초콜릿을 만들어주는 것)은 초콜릿 제작 공정 중에서도 어려운 작업이다. 재진씨의 정성이 담긴 액체의 초콜릿을 지적장애인 한주희(43)씨 등 다른 장애인과 근로지원인들이 매듭 모양의 과자인 프레첼에 입힌다(큰 사진과 아래 가운데 사진). 4년째 초콜릿을 만들어온 주희씨는 쇼콜라티에(초콜릿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장인) 3급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초콜릿 만드는 게 재밌냐는 질문에 주희씨는 웃음으로 답했다.
장애인과 근로지원인들이 프레첼을 초콜릿에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센터는 장애인의 자립을 목표로 2018년부터 수제 초콜릿 제작과 판매를 하고 있다. 빨래방을 운영했던 센터는 장애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일을 찾다,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세대 연합동아리 ‘인액터스’의 도움으로 초창기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우분투’ 초콜릿을 홍보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초콜릿 제작 수업도 재개한다. 박경호(49) 센터 원장은 “장애인과 함께 ‘우분투’ 초콜릿도 만들고, 맛도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프레첼에 초콜릿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반투어로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이 여전히 사회적 화두인 시대에 ‘우분투’ 초콜릿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우분투’ 초콜릿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날을 꿈꿔본다.
우분투 초콜릿 구매(
happybean.naver.com/fundings/detail/F826)와 초콜릿 만들기 체험(
booking.naver.com/booking/12/bizes/272565/items/4861424)은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할 수 있다.
2023년 2월 13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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