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4월15일 서울 상암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반려동물 정책을 이야기하던 모습.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사회적 합의 없이 개 식용을 금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가 최근 대한육견협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개고기 식용 또는 금지에 관한 사항은 사회적으로 상반된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어 국민적 합의가 부족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며 “따라서 범국민적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등의 과정을 거친 후에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됨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식약처 관계자는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개고기 합법화 또는 금지와 관련해) 찬반 견해가 너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은 이상 금지를 시키든 합법화시키든 둘 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는 내용의 답신을 10월15일 육견협회 쪽에 보냈다”며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기 전엔 개고기 식용이나 금지 모두 법제화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입장은 지난 9월 말께 육견협회가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개 도살 및 식용 찬성’과 관련된 민원 글을 올린 것에 대한 답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발언 이후 정부 부처가 관련 의견을 낸 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27일 김부겸 국무총리로부터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뒤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국민 여론 등 때문에 현실적으로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국민 여론수렴을 통한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이 취해야 할 도리이며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축산법 시행령에서 보장하는 반려동물로서 개를 제외하고 식품위생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넣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육견협회가 개고기 식용을 합법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개 식용과 관련한 현행 규정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물단체는 같은 이유로 식용 개가 규제 없이 사육·도살되고 위생이 고려되지 않은 채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며 식용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현행 축산법에서 개는 소와 말 등과 함께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가축의 사육·도살 등을 규정한 축산물 위생관리법 가축 대상엔 포함돼 있지 않다. 또 개고기는 식약처가 식품의 기준과 규격을 정한 ‘식품 공전'에 들어가 있지 않다. 식품 공전에 포함되지 않은 음식은 판매할 수 없도록 돼있지만, 개인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관련부처인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개고기로 만든 음식을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권지담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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