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살 소아·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0월18일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한 학생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국내 16~19살 연령대의 접종 건수 210만건 가운데 21건에서 심근염과 심낭염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모두 합병증 없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방역당국은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10대의 접종을 거듭 권장하고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10대 접종자의 사망 사례에 대한 조사 결과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지난 7월19일부터 10월28일까지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16~19살 약 210만건의 1~2차 접종 가운데 심근염과 심낭염이 의심돼 당국에 신고한 사례는 54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4건은 전문가 자문단이 검토를 끝마쳤고, 이 중 21건이 심근염·심낭염으로 판정됐다. 21건 가운데 남성은 18건, 여성은 3건이었고, 심근염·심낭염 발생률은 접종 10만건당 1건으로 0.001% 수준이다. 추진단은 “21건 사례 모두 합병증이 없이 회복했다”고 밝혔다. 조은희 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와 같이 국내 10대 접종에 대한 심근염·심낭염 발생을 검토했을 때, 소아·청소년에 자율적인 접종을 권고하는 기존의 권고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10대에 대한 접종을 먼저 시작한 미국에서도 심근염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없다는 판단 아래, 접종 연령을 계속 낮추고 있다. 미국에선 3일(현지시각) 5~11살에 대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열린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인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 회의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코로나19 백신 태스크포스의 매슈 오스터 교수는 30살 미만 연령층에 대한 8600만건의 접종과 심근염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보면, 지난달 6일까지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VAERS)에 접수된 1640건의 심근염 발생 신고 가운데 877건이 심근염의 정의에 부합했고, 이 가운데 829건이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며, 34건이 응급실과 외래 진료 등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근염 가능성이 있다는 신고 가운데 사망 사례 8건을 분석한 결과 3건에서 심근염 발생이 확인됐지만, 심근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는 다른 감염성 질환이 확인돼 모두 심근염과 사망 사이의 연관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10대 사례에 대한 백신 인과성 판단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10대 남성이 지난 8월13일 접종하고 75일 만인 지난 27일 숨졌지만, 일주일 넘게 지방자치단체 신속대응 절차가 진행중이고, 질병관리청 예방접종피해조사반 등 전문가 판정 절차는 아직 진행하지 못한 상태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인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질병청이 지자체가 조사중인 자료를 중간에 제출받아 신속하게 검토하는 것은 흔히 있던 일”이라며 “12~15살 소아·청소년의 예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학부모들이 판단하기 위해선 이 같은 중요 사례의 경우 질병청이 빠르게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진행되는 12~15살(2006~2009년)의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에는 이날 0시까지 53만7517명이 참여해 28.9%의 예약률을 보였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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