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 백신 접종이 시작된 14일 오후 호흡기진료지정의료기관인 서울 마포구 도화동 더튼튼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한 시민이 노바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요양병원·시설 입소자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4일부터 코로나19 백신 4차접종을 시작했다. 최근 고령층·요양시설 등 고위험군 확진자가 늘고, 이들에 대한 3차접종의 효과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한 대책이다. 다만 백신접종의 효용을 따졌을 때, 가까운 시일 내에 고위험군이 아닌 이들을 대상으로 4차접종을 확대할 가능성은 적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고위험군에 대한 4차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추가접종은 3차접종을 한 사람 중 △면역저하자(약 130만명)와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약 50만명)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방역당국은 “면역저하자는 기저질환이나 면역억제제 복용 등으로 면역형성이 충분하지 않고, 요양병원·시설 대상자는 감염위험(집단생활)과 중증위험(고령층, 기저질환)이 모두 높은 고위험군으로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면역저하자는 2차접종으로는 항체형성률이 높지 않아, 다수 국가에서 3차접종까지를 기초접종으로 하고 부스터 목적의 4차접종을 권고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아울러 4차접종 시행국가들은 공통적으로 요양시설을 최우선 접종대상으로 분류하여 접종을 시행·검토했다는 점도 이번 조처의 이유로 들었다.
정부의 접종 계획에 따라 면역저하자는 이날부터 접종을 할 수 있다. 면역저하자는 △종양 또는 혈액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경우 △조혈모세포 이식 후 2년 이내인 환자 또는 이식 후 2년 이상 경과한 경우라도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는 경우 △일차(선천)면역결핍증(항체결핍 등) △HIV 감염 환자 △고용량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또는 면역을 억제할 수 있는 약물로 치료를 받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3차접종 완료 4개월(120일) 이후부터 접종이 가능하며, 개인 사유(국외출국, 입원·치료 등)가 발생할 경우 3차접종 완료 3개월(90일) 이후부터 접종할 수 있다. 면역저하자는 이날부터 당일접종(카카오톡, 네이버, 의료기관 예비명단 유선 확인) 또는
사전예약(https://ncvr.kdca.go.kr)이 가능하다. 사전예약할 경우 오는 28일부터 접종일을 선택할 수 있다.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접종은 내달 첫째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집단감염 우려 등 방역상 필요가 있다면 이날부터도 가능하다. 3차접종 완료 후 4개월(120일) 이후부터 접종할 수 있는데, 집단감염 우려가 있는 등 경우에 3차접종 뒤 3개월 후부터도 가능하다. 기존대로 요양병원은 자체접종, 요양시설은 방문접종(보건소 또는 시설계약의사)을 한다.
정부의 4차접종 계획은 고령층·요양시설 등 고위험군 확진자 증가세를 고려한 조처다. 요양병원·시설은 지난해 10월 3차접종을 시작하며 지난달까지 확진자·중증화율이 낮아졌다. 하지만 접종효과 감소와 오미크론 영향으로 지난달 첫째주 281명(집단감염 11건)에서 이달 첫째주 1543명(집단감염 48건)까지 증가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4차 접종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은 앞서 4차접종을 시행한 이스라엘 사례를 들어, 향후 고위험군 중증화를 방지하는 대안이 될 거라고 본다. 정 청장은 “이스라엘에서도 4차접종을 완료한 60살 이상에 대해 접종효과를 평가한 결과, 중증화는 3~5배, 감염에 대해서도 2배 이상 예방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방역당국은 선행 국가들에서 특별하게 안전성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4차접종이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의 중증화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한겨레>에 “면역저하자이거나 백신접종에 대한 항체형성이 나빴던 사람이 4차접종을 하면 도움이 될 거라는 건 원칙적으로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4차접종이 고령층 전체나 모든 성인들로 확대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다. 정 청장은 “일반인에 대한 위험·이득 분석은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아직까지 일반인에 대한 4차접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4차접종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일은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 연구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60살 이하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의 4차접종에 동의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고, 고령층 기저질환자에게 4차접종을 해야하는지는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도 “모든 사람들이 4개월마다 백신을 맞는다는 개념은 가질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건강하고 면역력을 가진 사람들은 3차접종까지 다 맞았다면 감염예방효과가 있는데, 4차까지 맞는다고 해서 효과가 그렇게 많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노바백스 백신의 접종을 시작한다. 18살 이상 미접종자와 2차 접종 대상자, 의학적 사유로 1, 2차 접종 이후 교차접종을 하는 경우 노바백스를 접종할 수 있다. 이 중 접종 의료기관은 18살 이상 미접종자를 우선으로 접종한다. 노바백스 접종 대상자는 카카오톡·네이버에서 잔여백신을 예약하거나, 의료기관에 유선 확인 후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려 당일접종을 할 수 있다. 다만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는 한시적으로 일부 지정위탁기관(약 1200곳)에서만 당일접종이 가능하다. 위탁기관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누리집 ‘예방접종 현황'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노바백스가 보관과 수송이 편리(1인용 주사제이고, 냉장보관이 가능)한 점을 고려해 이날부터 입원 환자, 요양원 입소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자체접종 및 방문접종도 시행된다.
합성항원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은 B형간염 등 다른 백신에도 오랫동안 사용된 방식이라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청소년 자녀에게 노바백신을 접종시키려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많지만, 18살 미만에 대한 노바백스 접종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준용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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