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의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다음주부터 한달간 동네 병·의원에서 시행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추가 유전자증폭(PCR) 검사 없이 코로나19 확진자로 간주돼 격리와 먹는 치료제(팍스로비드) 처방을 하게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3월14일~4월13일 한달간 한시적으로 응급용 선별검사(1시간 내 검사 가능한 PCR)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양성이 나온 유증상자도 의사 판단 하에 피시아르 검사 양성 확진자와 동일하게 관리한다고 11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도 보건소 선별진료소나 의료기관에서 추가 피시아르 검사를 통해 양성이 확인돼야 최종 확진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다음주부터 한달간은 전국 7588개 호흡기전담클리닉이나 호흡기진료지정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양성이면 의료진이 격리의무 발생 사실을 안내하고 바로 진료·상담·처방 절차가 진행된다. 스스로 검체를 채취하는 자가검사키트는 양성이더라도 추가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나 피시아르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만 60살 이상은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60살 이상은 고위험군으로 피시아르 우선 검사 대상이기도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지금보다 빨리 처방이 가능해진다. 현재 먹는 치료제 처방 대상은 △60살 이상 △면역저하자 △40살 이상 기저질환자인데, 40~50대 면역저하자와 기저질환자는 현행대로 피시아르 확진이 필요하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만으로 먹는 치료제를 처방하는 대상을 40~50대 기저질환자까지 확대하면, 먹는 치료제 처방 수요가 늘 수 있어서다. 팍스로비드는 10일 오후 6시 기준 12만2679명분이 남아 있다.
보건소는 의료기관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자를 신고(당일 신고 원칙)하면 격리 통지를 하고 확진자 조사, 환자 분류 등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 방역당국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격리 통지 전이라도 즉시 귀가해 격리할 것을 권고한다. 이때 약국에 들러 약을 처방받는 건 예외로 인정한다.
정부는 확진자·접촉자 급증에 따라 피시아르 검사 역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으로 환자 관리나 먹는 치료제 처방 지연을 막고 백신 미접종군인 만 11살 이하 소아도 동네 병·의원에서 검사와 진찰을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피시아르 검사가 한계까지 도달한 상황으로, 빨리 진단하고 먹는 치료제를 빨리 처방해 중증화를 낮추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는 피시아르에 견줘 실제 양성인 사람을 양성으로 찾아내는 정확성(민감도)이 90% 수준으로 낮아 ‘가짜양성’ 우려가 있다. 다만 대규모 감염 확산으로 코로나19 유병률이 높아지면,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는 떨어져도 양성자 중 진짜 감염자 비율인 ‘양성 예측도’가 올라간다. 최근 호흡기전담클리닉 76개 기관 조사 결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자가 피시아르 양성으로 확인된 비율이 94.7%까지 올라갔다.
반면 유병률이 높아질수록 음성으로 나온 사람 중 실제 비감염자 비율인 ‘음성 예측도’는 내려간다. 이에 신속항원검사 확대 초기 음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간주했던 정부도 이번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을 피시아르 음성으로 보지 않는다. 정통령 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이라고 해서 (정확히) 음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뚜렷하게 코로나 증상이 있고 의료진이 판단했을 때 음성 결과가 보였지만 한 번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는 피시아르 검사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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