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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정점 국면에서 또 방역 완화…“위기상황 메시지부터 보냈어야”

등록 2022-03-18 16:31수정 2022-05-02 15:19

정부, ‘사적모임 6인 → 8인’ 완화 발표
지난달 18일부터 한 달간 완화 3차례
“독감 꺼내며 메시지 성급하게 내보내”
감염병 1급 → 2등급 하향조정 논의 중
17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의 한 주점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종로구 식당가의 한 주점에 영업시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부터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현행 6인에서 8인으로 늘린다.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은 현행 밤 11시로 유지된다. 한 달 사이 세 번째 방역완화 조치로, 코로나19 정점 국면에서 반복된 방역 완화 메시지가 나오는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중앙재난안전본부 1차장)은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오미크론의 대유행과 의료대응체계의 부담, 그리고 유행 정점 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기에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사적모임 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21일부터 내달 3일까지 2주간 적용된다. 이에 따라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은 현행대로 밤 11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사적모임은 8인으로 완화된다.

이번 거리두기 조정안은 인원·시간제한을 모두 완화하려 했던 정부의 애초 계획보다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15~16일께만 해도 방역당국은 사적모임을 8인으로 완화하면서 시간제한 역시 12시까지 푸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만명을 넘는 등 정부가 예상한 정점 37만명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방역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인원 제한 완화’ 등 방역완화 기조를 지속하는 점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교수(예방의학) “완화 기조를 유지한 것이 우려스럽다. 왜 정점을 찍기 전에 완화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며 “일단 거리두기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현재는 위기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예방의학)는 “지켜왔던 방역들을 하나하나씩 풀었다. 그리곤 ‘오미크론은 독감 정도다’이라는 메시지를 성급하게 내보냈다”며 “(방역은 심리가 중요한데) 그 탓에 코로나가 너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과 이달 4일 영업시간을 각각 밤 10시, 11시로 완화했고 이번에는 사적모임 제한을 8인으로 완화했다. 또한 지난달부터는 오미크론을 두고 “계절독감”, “풍토병”이라는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달 셋째주(2.13∼19) 평균 8만명대였던 신규 확진자는 최근 일주일 평균 40만5천명으로 늘어났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 패러다임 전환기’에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설명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큰 틀에서 방역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시기다. 확진자를 최소화해 유행 자체를 차단시키려고 하던 체계에서 이제 일상을 회복하며 중증과 사망을 최소화시키는 체계로 이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방역적 메시지는 (유행차단과 일상회복) 양쪽에 균형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조기 거리두기 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손 반장은 “유행이 정점을 지나 확실하게 꺾이고, 의료체계도 안정적으로 관리가 된다면 (추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신속항원 검사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역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신속항원 검사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18일 0시 기준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6.5%로 일주일 전인 지난 12일(61.9%)보다 4.6%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앞으로 2~3주 뒤 중증환자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병상운영 효율화 방침을 내놨다. 20일부터는 중증병상 입원자 가운데 병원·병실 이동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권고 없이 바로 퇴실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델타 유행국면이었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정부는 두 차례 중환자실 입원 20일 이상인 환자에 대해 전원·전실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중환자 전원 시 갈 병상 마련이 용이하게 되지 않으면, 현장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정부는 오미크론 특성에 맞춰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2급으로 하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이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감염병 등급 하향은 부처 내부 논의 단계”라며 “정점을 지나기 이전에 등급 체계를 너무 급하게 서둘러서 바꾸면 향후 유행 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반의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시행 시기는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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