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감염 주의 안내문이 표시된 화면. 연합뉴스
국내에서 원숭이두창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약 2개월 만에 두 번째 감염자가 발생했다. 확진자가 2주 전 유럽에서 입국할 때 무증상이었던 데다, 증상 발현 뒤 동네 의원에서 원숭이두창을 알아채지 못하는 등 입국 후 확진까지 2주가 걸렸다. 방역당국은 접촉자 15명을 대상으로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설명을 종합하면, 피부발진 등 증상이 있는 원숭이두창 감염의심 환자 신고가 지난 1일 접수됐고, 유전자 검사결과 최종 양성임을 지난 3일 확인했다. 두 번째 확진자인 ㄱ씨는 유럽 방문 후 지난달 18일 입국한 한국인이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는 ㄱ씨가 국외에서 감염된 뒤 입국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ㄱ씨는 입국 당시 무증상이었다. 원숭이두창은 피부발진·두통·발열·근육통 등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잠복기가 평균 6~13일가량이어서, 입국 시점이 잠복기였을 수 있다. ㄱ씨는 지난달 28일 발열·두통·어지러움에 이어, 지난달 30일 발진·수포가 없는 피부 통증이 나타나 서울의 한 의원(1차 의료기관)을 방문했으나, 원숭이두창 진단을 받지 못했다. 지난 1일 ㄱ씨가 직접 보건소로 문의한 뒤에야 서울시 역학조사관이 그를 의사환자로 분류했고, 곧바로 이뤄진 유전자검사 결과 지난 3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방대본은 ㄱ씨를 지정 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했으나, 현재 경증으로 상태가 양호하다.
방대본은 “의료인이 진료 시 해외여행력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진료 시 환자가 여행력을 설명하지 않았고, 해당 의료진도 언급하지(여행력을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첫 번째 확진자 발생 이후인 지난 7월, 내원 환자의 원숭이두창 빈발국 해외 여행력을 각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해당 의원은 ㄱ씨의 유럽 방문 이력을 제공 받았는데, 이 정보를 원숭이두창 진단·신고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방대본은 “발진 및 수포가 없어 의료진이 원숭이두창을 의심하지 않고, 환자가 호소한 피부통증 진료를 한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현장 의사들이 원숭이두창 환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을 것이고, 일상에서 보지 못하는 환자를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와 미디어의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숭이두창과 임상 증상이 비슷한 질환들. 질병관리청 ‘원숭이두창대응 지침’.
방역당국은 바이러스 전파 가능 기간 ㄱ씨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관련 접촉자는 15명이다. 방역당국은 접촉자를 고-중-저위험군 등 3단계로 분류하는데, 접촉자 중 가족 1명과 동료 1명 등 2명은 중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중위험군은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운송수단·사무실·병원 등 같은 공간을 사용한 사람이다. 이들은 ㄱ씨와 최종 접촉한 날부터 21일간 격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보건소로부터 의심증상 여부를 확인받는 능동감시 대상이다. 저위험군은 보호구를 착용하거나 거리가 가깝지 않은 상태에서 접촉한 사람이다. 병원 의료진 등 ㄱ씨와 접촉한 13명은 대면 시 서로 마스크를 착용해 저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김 교수는 “신체접촉이 아닌 일상접촉에서 지역사회 추가 전파자가 나올 위험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첫 확진자(6월22일 확진)와 함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과 승무원 중 41명이 저위험 접촉자로, 8명이 중위험 접촉자로 분류됐는데 한 명도 확진되지 않았다 .
정부는 지난 6월 원숭이두창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감염병 위기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지난 7월 초 치료제인 테코비리마트 504명분, 지난달 초 백신(진네오스) 5000명분을 도입했다. 또 필수 의료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진단검사 체계도 확대해왔다.
전 세계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지난 2일(현지시각) 국제 통계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누적 5만3420명이다. 지난달 중순 1주일 사이 발생한 확진자가 7천명을 넘는 등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지난 2일 기준 최근 1주일 확진자는 4942명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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