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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코로나 벌써 다 끝? “서울시 공공의료 싱크탱크 폐지 검토”

등록 2022-09-18 16:20수정 2022-09-19 02:48

공공기관 효율화, ‘공공 의료’ 외양간부터 부순다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설립 5년만에
조직 없애 서울의료원과 통합 추진
상위 나 등급인데도…‘성과 부진’
대구는 제 2의료원 추진 백지화
지난 6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방향 규탄 공공노동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방향 규탄 공공노동자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과 대구 등이 ‘효율성 강화’를 이유로 공공의료 부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공중보건 위기를 겪으며 지역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효율성만을 잣대로 한 기관 통폐합 등 구조조정이 되레 공공의료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한겨레>가 파악한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 혁신 추진계획’을 보면, 서울시가 산하 시립병원 공공성 강화를 위해 2017년 설립한 출연기관인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을 ‘설립 당시 지적받은 기능 중복 문제, 연구성과 부진’ 등을 이유로 서울의료원과 통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재단을 없애고 그동안 수행한 기능만 서울의료원 산하에 두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다양한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통폐합) 검토 대상은 맞다”라고 밝혔다.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지역 공공보건의료 체계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만들어졌다. 시 공무원 순환보직 시스템과 제한된 인력·전문성 한계 등으로 공공보건의료 체계 관리가 어렵다는 현장 의견도 반영됐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서울시의료원 내 공공의료지원단을 확대·개편하는 방안이 효율적이라며 재단 설립에 반대했다. 서울시의료원 내 지원단은 재단이 출범하면서 기능이 합쳐졌다. 2017년 6월 설립 허가를 받은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은 13개 시립병원과 25개 보건소를 관리·자문하는 ‘싱크탱크’ 기능을 해왔다. 코로나19 보건소 대응 사례나 입원·생활치료센터 실태 등을 조사했다. 조경애 전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이사는 “(재단 설립 이전) 서울시의료원에 있던 정책자문 기구인 공공의료지원단은 예산 배정 등에서 원장 지휘를 받았고, 시립병원·보건소 전체를 관리·자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시 공공의료 담당자가 자주 바뀌어, 전문성·연속성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해 만든 재단인데 이를 다시 서울의료원과 통합하는 건 정책 후퇴”라고 지적했다.

연구성과가 부진하다는 서울시 입장과 달리,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은 가장 최근에 시행된 2020년 시 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나’ 등급(최고점부터 가나다라 순으로 평가)을 받았다. 설립 초기인 2018년 ‘라’, 2019년 ‘다’ 등급에 견줘 운영이 안정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시의 이번 조처는 기획재정부가 만든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과 이를 구체화한 행정안전부 ‘지방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조직·인력·예산·자산·직원 복리후생 분야에서 공공기관 운영을 효율화하라는 지침이다. 기재부·행안부 지침을 보면 ‘소규모 기관은 유사기관과 통합을 추진’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은 정비’하는 등 내용이 담겨있다. 시민 건강을 담보하는 과정에서 종종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공공의료 부문 역시 지침 적용 대상이다. 이러한 ‘효율성’만을 평가 잣대로 하면 감염병 확산 등으로 공익적 비용 지출이 컸던 공공의료 부문이 구조조정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서울시에서 공공의료를 확충하겠다고 하고도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 통폐합처럼 합리적이지 않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보면, 이런 지침을 기반으로 공공의료 축소를 하는 것이 ‘통용 가능한 논리’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서울시는 “공공의료는 확충 논의를 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재단에 대한 통폐합 검토로, 공공의료에 대한 구조조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역 공공의료 강화 ‘역행’ 분위기는 대구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3월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공공의료 중요성을 절박하게 느꼈다”며 오는 2027년까지 제2 의료원을 짓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홍준표 신임 대구시장은 “제2 의료원 설립보다 기존 대구의료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제2 의료원 논의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린 바 있다. 대구시는 “대구의료원 강화에 2년 정도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입장인데,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대구시에서 보건의료 기능을 총괄하던 시민건강국도 기능이 축소돼 시민안전실로 통폐합됐다.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당시 시민건강국의 역할이 컸지만 기능이 줄었다”며 “공공의료에 관한 지역 병원, 협력단체들 회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쪽은 시민건강국 폐지에 대해 시민의 안전이 건강이라는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개편이라고 밝혔다.

지역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도 늘지 않았다. 2023년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1506억원으로 올해 1703억원에서 197억원 줄었다. 나백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들을 맡았던 공공병원은 필수 의사 인력이 빠져나가는 등 총체적으로 무너졌다. 다시 정상화하는 데 민간병원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라며 “손실을 보상해줘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정부 예산에 없다. ‘알아서 생존하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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