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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친누이가 질병청장”…기업 지원서에 ‘가족 찬스’ 쓴 백경란 동생

등록 2022-11-07 15:05수정 2022-11-09 17:46

백 청장 남동생, 기업 사외이사 지원서에 ‘지위 이용’ 논란
질병청 “제3자가 작성한 ‘허위’…담당자 법적조치 검토중”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남동생이 바이오 기업의 사외이사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서 “친누이가 질병청장”임을 밝혀 ‘지위 이용’ 논란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해당 논란에 대해 질병청이 “제3자가 작성해 본인은 몰랐다”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으면서, ‘사문서 대필’ 및 ‘책임회피’ 논란까지 더해지는 모양새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주식회사 디엔에이링크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 8월 백 청장의 남동생 백아무개(55)씨를 포함해 모두 세 사람이 디엔에이링크 사외이사에 추천됐다. 디엔에이링크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만들어 수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지난해 이 기업이 등기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에게 지급한 보수 총액은 6억522만8000원으로 등기이사는 한 명당 연 1억9774만원, 사외이사는 연 1200만원을 각각 받았다.

백씨의 직무수행계획서를 보면 본인의 업적과 관련 없는 백 청장과의 가족관계를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백씨는 직무수행계획서 말미에 “본인은 전공 화학이지만 가족 형제 자매들이 현재도 의료 및 제약업계에 종사하며 저와 업무적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본 사외 이사직 수용하고 열정을 다 하고자 한다”며 “마침 친 누이는 2대 질병청장의 임무를 맡은 백경란 청장”이라고 적어 백경란 청장의 남동생임을 드러냈다. 이어 “마침 중임을 맡아서 더 책임감 있는 관련 기업이 연구 개발 과제 등 국가 방역으로도 중요한 시기”라며 “이에 우리가 그 역량을 발휘하여 작은 소명의식으로 질병 방역 관련하여 의식 있는 기업이 되는데 일조하고 노력하려 한다”고 적었다.

다른 두 후보자들의 직무수행계획서엔 본인의 사외이사와 관련된 업적과 앞으로의 직무 계획 등이 2∼3문장으로 짧게 적혀있는 반면 백씨의 계획서는 10문장이 넘는 데다 유일하게 가족관계를 언급했다. 직무수행계획서는 사외이사 선출에 필요한 일종의 자기소개서로 ‘증권의 발생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3-15조 제3항 제3호’엔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후보자의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남동생의 직무수행계획서 중 일부. 신현영 의원실 제공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남동생의 직무수행계획서 중 일부. 신현영 의원실 제공
백씨를 포함한 디엔에이링크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지난 8월26일 디엔에이링크 주주총회에 상정됐지만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심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가 디엔에이링크 사외이사로 선임되기 위해 누나인 백 청장과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지적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백씨의) 직무수행계획서는 모두 질병청장의 남동생이 아닌 남동생을 추천한 소액주주연대 쪽에서 임의로 작성해 이와 관련해 남동생은 물론 질병청장이 알지 못했다”며 “본인의 동의 없이 허위로 해당 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에 대한 추가 법적 조치는 물론 전자공시시스템 정정 공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백씨가 사외이사로 추천된 디엔에이링크가 코로나19 진단키트 제조 등 질병청장과 업무 관련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질병청은 “소액주주연대로부터 추천을 받았지만 남동생이 이 회사에 대한 정보에 대해선 자세히 인지하지 못했다”며 “해당 기사가 나간 뒤에야 이런 계획서가 작성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백씨와 백 청장은 이 일과는 아무 연관이 없고 몰랐다’는 해명은 ‘대필’과 ‘책임회피’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후보자 본인은 본 서류에 기재한 증권의 발생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사항이 사실과 일치함을 확인합니다’라는 확인서에 백씨가 직접 서명했기 때문이다. 관련 확인서 항목에 후보자의 직무수행계획서도 포함돼 있다. 소액주주연대 쪽에서 직무수행계획서를 대필해줬다면 문제가 더 심각할 뿐더러, 설사 질병청의 해명이 사실이라도 백씨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확인서에 서명한 셈이어서 책임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는 ‘본인이 직무수행계획서에 서명한 이상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백 청장은 “동생이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고 사인(서명)도 위조된 것을 확인했다”며 “본인이 (서명을 제출한 시점은) 8월3일인데, 수행계획서는 추후 제3자에 의해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백 청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정춘숙 복지위원장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불출석 등의 죄)와 제14조(위증 등의 죄), 제15조(고발)에 따라 위증과 정당한 사유 없이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등의 사유로 백경란 증인을 검찰에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률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제12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제14조)에 처하도록 각각 규정돼 있다.

앞서 복지위 의원들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백 청장에게 바이오 기업 주식 10년치 거래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백 청장이 정부 전문가위원회에 전문가 자격으로 참석해 얻은 정보로 주식거래를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지만, 백 청장은 끝내 주식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기간 내내 정말 지치도록 모든 의원들이 질병청장의 떳떳함을 함께 만들기 위해서 요구하고 요청했지만 그 서류는 끝내 거부되었다”며 “이것을 계기로 모든 공직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문제가 없는지, 보다 더 공적인 자리에 대한 책임감과 감수성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되는지 계기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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