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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전학·왕따 때 돌파구로 살빼기도 자존감·불안감 탓 10대 섭식장애”

등록 2023-02-18 14:00수정 2023-02-18 14:21

[한겨레S] 인터뷰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율리 교수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율리 교수

“우리나라엔 아직 섭식장애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지금 드러난 환자는 빙산의 일각이라 하기도 힘들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국제섭식장애학회 종신·석학 회원으로 선임된 섭식장애 치료 권위자다. 인제대 섭식장애정신건강연구소 소장과 모즐리회복센터 소장을 함께 맡고 있는 그는 이번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의 제안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와 지난 16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섭식장애 환자가 1만명이 넘는다.

“섭식장애 유병률은 인구의 3%에 이르고 동아시아는 더 많다는 게 입증된 사실이다. 한국 인구라면 실제로는 155만명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조사와 통계는 문제 해결의 기본이다.”

―어떤 위험이 있는가?

“섭식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 회피제한성 섭취장애 등을 포함하는 정신질환이다. 지속적 영양부족으로 신체적 합병증도 심각하다. 거식증의 경우는 모든 정신질환 중 치사율이 가장 높다. 섭식장애로 인한 영양부족은 뇌발달에 지장을 주며 생각의 경직, 감정 조절의 어려움, 학습능력의 저하로 직결된다. 우울증, 강박증 등 정신질환도 동반하므로 사회적 고립도 흔하다.”

10대들의 섭식장애는 사회적 영향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돼 나타난다. 새로운 환경에 처해 극단적 체중감량을 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10대들의 섭식장애는 사회적 영향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돼 나타난다. 새로운 환경에 처해 극단적 체중감량을 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압력도 원인이 되지 않나?

“섭식장애는 사회적 풍조의 영향을 받는다. 심리학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질병이다. 최근 2020년부터 코로나가 만연하면서 가장 취약한 세대인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사회관계가 결핍된 10대들에게서 섭식장애가 증가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에선 확연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된다. 우리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10대의 거식증은 왜 생길까?

“날씬한 몸을 선호하는 사회 풍조의 경향에 영향을 받거나 불안을 해소하고자 거식증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섭식장애는 자존감이 낮거나 불안도가 높거나 먹을 것을 좋아하는 등 심리적 소인이 있다. 거식증은 심리적인 것과 완벽주의가 결합돼 있다. 전학이나 왕따 또는 새로운 환경에 처해 체중과 다이어트가 돌파구라고 생각할 때 체중감량으로 진입한다.”

―부모에게서 원인을 찾기도 하던데.

“아이가 살찌는 것을 두고 부모가 비난하는 분위기가 있거나 감정표현이 강한 집안, 또는 화를 쏟아내는 분위기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이가 섭식장애로 도피하는 경우가 있다.”

―날씬한 몸을 만들려는 건 전지구적 경향이다.

“섭식장애를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하면서 병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이어트의 선을 넘나들다가 섭식장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프로아나’(거식증 찬성)도 라이프스타일이라며 전파시키는데 그 단계까지 가면 사실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

증상이 약할 땐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약할 땐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교육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영국 등에서는 학교에서 피부나 인종처럼 몸과 외모에 관한 언급도 지양하도록 한다. 우리는 외모에 대한 언급을 너무나 당연시하는 문화다. 자존감이 강하다면 무시할 수 있지만, 취약한 사람들이 ‘살쪘다’ ‘뚱뚱하다’는 말을 들으면 다이어트를 촉발하는 일종의 방아쇠가 된다.”

―치료에는 돈이 상당히 든다고 들었다.

“섭식장애는 비약물적 치료가 필수인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섭식장애 국내 총 의료비는 2020년 42억2627만원으로 1인당 연간 의료비로 환산하면 42만원꼴이다. 2015년 영국의 1인당 연간 의료비는 8850파운드(약 1430만원)에 해당한다. 미국은 사보험에서 지급하는 섭식장애 의료 비용이 1인당 2만9546달러(약 3520만원)였다.”

―한국은 왜 이리 공적 의료비가 낮은가?

“건강보험공단 급여에는 섭식장애에 효과가 입증된 필수치료인 비약물적 치료비용이 포함돼있지 않다. 또 2차적 합병증인 영양실조, 난임, 불임, 소화기질환, 골다공증, 관절 질환, 심장 및 신장합병증, 갑상선질환 등도 포함되지 않는다. 모두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섭식장애는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나?

“청소년의 경우 특히 섭식장애 치료에서 가족치료처럼 입증된 근거 기반의 치료들을 해야 하는데 의료보험 수가(병원 진료 비용의 기준) 자체가 없다. 거식증 입원치료 땐 필수적인 영양치료도 마찬가지다. 청소년 섭식장애의 필수평가인 골밀도 검사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이다.”

―사보험인 실손보험으로는 보장될까?

“2016년 실손보험 표준약관 개정으로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2018년엔 불면증도 실손 의료보험의 지원을 받게 됐다. 하지만 섭식장애는 보장이 제외되고 있다. 현재 규정은 합병증 치료만 적용한다. 섭식장애의 실손보험 적용은 환자들이 적극적 치료를 받게 해 합병증을 감소시키며 결국 전체 의료비 지출이 절감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만성화된 경우는 어떤가?

“일찍, 제대로 치료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치료받지 못해 만성화한 거식증 환자들은 사망률이 높으며 생존 환자들도 신체적으로 쇠약해져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하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고 비참하다. 만성 난치성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의 희귀난치성 질환 포함이 절실하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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