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연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안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강행하면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17일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 산하 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마친 뒤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안을) 발표하면 의료계와의 신뢰는 깨진다. 그렇게 되면 2020년 파업 때보다 강력한 투쟁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대정부) 투쟁의 마지막 단계로 전 회원의 투표를 거쳐 총파업에도 이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코로나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한다’는 합의를 한 만큼 양쪽 간 협의를 통해 증원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부와 의협은 올해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의대 증원 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의 뒤 의협은 ‘의료계 대표자 결의문’을 통해 “정부는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 않고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의협과 협의하겠다고 한 2020년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필수·지역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인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열악한 의료 환경에 기인한다는 점을 정부는 직시해야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정책이 진행될 경우 이후 야기될 필수 의료·지역의료 붕괴와 의료공백에 대한 책임은 의료계와의 약속과 신뢰를 저버린 정부에 있게 될 것”이라며 “2020년과 같은 불행한 사태가 또 다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협 내 다른 의사들도 잇따라 강경 대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정신 나간 필수의료 말살 대책을 내놓은 조규홍(보건복지부 장관)은 즉각 자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역시 이날 의료 전문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의사 수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 주 전 회장 등은 내년 3월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개원의 회원 등 표심을 의식해 경쟁적으로 강경 대응 입장을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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